하도급 기술 빼돌린 현대중공업 또 덜미…2억4600만원 처벌
기술유용 과징금 2억4600만원 부과
단가 낮출 목적…제작도면 타 업체 제공
80개 하도급에 서면 미교부도 드러나
2020-11-01 12:00:00 2020-11-01 12:00:00
[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납품 단가를 후려치기 위해 하도급 업체의 제작도면을 빼돌린 현대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또 덜미를 잡혔다. 특히 수급사업자 고유 기술이 포함된 기술 자료인데도 기술자료 요구 계약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의 하도급거래 기술유용과 서면 미교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억4600만원을 부과한다고 1일 밝혔다. 법 위반 내용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던 A사의 제작도면을 빼돌려 B사에 전달했다.
 
자신의 고객인 선주 C사가 특정 납품업체인 B사로부터 납품받기를 요구하자, 국내 유일한 선박용 조명기구 업체인 A사의 도면을 넘겨 제작하도록 유용했다. B사는 조명기구를 납품한 실적이 없는 신규 업체였다.
 
제작도면을 넘겨받은 B사도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할 수 있게 되면서 납품업체는 두 곳으로 늘었다. 이는 단가 인하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B사가 하도급 업체로 등록하지 못할 경우 단가 인하 목표를 3%로 잡았다. 등록할 경우에는 5%로 계획했다. 공정위는 해당 계획이 담긴 내부문건 입수했다. 실제로는 7%의 단가 인하가 있었다.
 
뿐만 아니다.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5가지 선박용 엔진부품에 대한 입찰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제3의 업체에 도면을 제공해왔다. 이는 정당하지 않은 기술자료 유용을 통해 낮은 견적가로 구매할 목적이었다.
 
이 업체는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관련 계약서도 주지 않았다.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건은 2015년 6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총 293개 규모였다. 하도급 업체만 80곳에 달했다. 
 
문종숙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업계에 만연한 기술유용 행태를 제재해 경각심을 제고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첨단 기술분야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옛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사명을 한국조선해양로 변경 후 조선관련 사업부문 전부를 분할하면서 새로운 현대중공업을 신설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월에도 디젤엔진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빼돌린 현대중공업의 기술유용 사건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기술 유용 건 중 역대 최대 과징금인 9억7000만원을 결정했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의 하도급거래 기술유용행위와 서면 미교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억4600만원을 부과한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9월 3일 울산시 동구에서 현대중공업이 건조중인 선박의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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