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인터넷 업계와 스타트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일 입법 예고하며 도입을 추진 중인 전자상거래법 개정에 유감의 입장을 밝혔다.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7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공정위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의 전부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무시하고, 투명한 정보공개 없이 형식적 의견수렴 절차만 마쳤다며 유감을 표했다. 업계는 "그동안 전자상거래법은 시장을 따라가기 급급한 땜질식 개정만 반복적으로 진행했다"며 "정부의 이번 개정은 핵심 이해관계자인 사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관련 학계의 의견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전부개정이라는 법 개정 형식에 맞지 않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정위가 개정안을 준비하며 총 21회에 걸친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열고 의견수렴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간담회에서 개정안을 한번도 공개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행위만을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간담회가 2~3차례 진행된 후 업계는 공정위에 개정안의 조문 공개 없는 간담회에는 응할 수 없다고 공문으로 전달했고, 이후 간담회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법 개정의 내용·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게 인터넷 업계와 스타트 업계의 설명이다. 공정위가 온라인 거래에서의 소비자 피해를 강조하고자 인용한 소비자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거래 관련 피해구제 신청 6만9452건(2016~2020년) 중 주요 9개사와 관련한 비중은 15.8%(1만947건)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를 환산하면 사업자당 월별 약 20건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이러한 실태조사가 새로운 규제 도입의 근거가 되는지 의문을 던졌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정부 개정안이 스타트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업계는 "공정위는 스타트업의 다양한 소비자보호 방식을 외면하고 오히려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시대를 역행하는 천편일률적 규제를 추진 중"이라며 "이러한 시대착오적 규제는 디지털경제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까지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신설된 '개인간 전자상거래법 제29조'에 대한 재검토도 촉구했다. 개인의 실명, 전화번호, 주소 정보를 거래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를 비롯해 거래 종료 후 악용 등의 사회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다. 개인간 거래 플랫폼 법안은 최초 신설되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판매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개인간 거래를 전자상거래로 규정하고,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 제공을 의무화한 것은 2000만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개정안 준비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입법예고 기간 중 많이 제출될 것"이라며 "공정위가 공개적으로 제출되는 여러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 전자상거래 시장의 지속적 혁신과 발전, 그리고 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해 올바른 개정방향을 찾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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