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유사 기술 난립을 견제하고 미래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 특허 등록을 지난 2018년 대비 3배 늘렸다. 최근 지식재산권(IP) 조직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특허 등록에도 힘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6648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2019년(5075건) 대비 1600여건이 늘었는데 2018년(2055건)과 비교하면 4600여건 증가했다.
2011년만 해도 삼성전자 국내 특허 등록 건수는 1616건에 불과했다. 2012년(2024건), 2013년(2775건)까지 소폭 증가했다가 2014년(3985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5년(3002건)부터 2016년(3462건), 2017년(2703건)까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다가 최근 2년 사이 다시 크게 뛰었다.
이 때문에 국가별 특허 등록 누적 순위에서 삼성의 국내 건수는 2018년까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 번째였으나 2019년부터 두 번째로 올라섰다. 지난해말 누적 기준으로도 국내에서 4만1649건의 특허를 등록하며 미국 특허(7만8986건)의 뒤를 이었다.
아직까지는 IP 분쟁이 잦은 미국 특허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특허 난립과 신기술 확보를 위해 국가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대부분 스마트폰, 스마트 TV, 메모리, 시스템LSI 등에 관한 특허로써 당사 전략사업 제품에 쓰이거나 향후 활용될 예정"이라며 "사업보호의 역할뿐만 아니라 유사기술·특허의 난립과 경쟁사 견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 신기술 관련 선행 특허 확보를 통해 향후 신규사업 진출 시 사업보호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IP 중요도가 큰 미국 특허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사업 분야별 입지와 전략 등이 다르므로 국가별 등록 건에 대해서 일반화해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10년 전보다 국내 특허 등록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은 회사의 관련 부서 확충과 연관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최근 업계 전체가 IP에 신경 쓰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특허 담당 부서와 인원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고 자연스레 특허 등록 건수도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0년 애플과 소송을 위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이던 IP센터를 법무실 산하 조직으로 이동한 뒤부터 경력 변리사 등을 대거 채용하는 등 이때부터 대폭 IP에 힘을 주고 있다. 최근에도 인원 확충 추세는 이어져 지난해 하반기에는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처음으로 신입 변리사 공개채용을 실시하기도 했다. 현재 담당업무에 IP센터가 명시된 법무실 산하 IP센터 임원만 해도 지난해 기준 9명이다. IP센터의 법무실 이동 전후 삼성의 IP 인력은 그 사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기업과 지식재산권 전문 로펌에서 활동했던 김가람 변호사(법무법인 지혁)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특허 등록은 경쟁사로부터 자사 기술 유출을 막고 보호하기 위해 진행하는 조치"라며 "최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분쟁에서 알 수 있듯이 지식재산권이 중요해지면서 과거 기업 법무 영역의 하나였던 지식재산권의 전담 부서가 생기는 등 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