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코로나19가 남성보다 여성 고용에 더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경기침체기에 남성 고용이 더 큰 충격을 받았던 과거와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코로나로 사라진 여성 일자리가 자동화로 대체되면서 이전의 고용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코로나19와 여성고용'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 후 남성 취업자수가 코로나 이전 대비 최대 2.4% 줄어든 반면, 여성 취업자수는 최대 5.4%까지 감소했다. 또 코로나 확산 후 1년 동안 여성 고용률이 남성 고용률보다 0.9%포인트 더 하락했다. 여성 실업률은 남성 실업률보다 1.7%포인트 더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 남성 고용이 더 큰 타격을 받는 경향이 있었으나 코로나 이후에는 여성 고용이 더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대면서비스 등 여성 고용 비중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감염병에 취약한 비필수직 비중은 여성 52.6%, 남성 37.3%이며 고대면접촉 일자리 비중은 여성이 59%, 남성 49.1%로 두 경우 모두 여성의 일자리 비중이 높았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는 건설업, 제조업 등 남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 충격이 크게 발생했다.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보건·사회복지, 교육, 숙박음식, 도소매 등은 오히려 취업자수가 증가했다.
또 코로나 이후 1년간 여성 취업자수(30~45세 기준) 감소 중 기혼여성의 기여율은 95.4%인 반면, 미혼여성의 기여율은 4.6%에 불과했다. 방역대책으로 학교와 어린이집이 폐쇄됨에 따라 육아부담이 큰 기혼여성의 노동공급이 상당폭 제약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통상 육아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이 분담하는데 코로나 이후 늘어난 육아부담이 상당 부분 여성에 전가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자녀수가 많은 경우,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에 고용률이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 등 감염병 확산이 초래하고 있는 사회적 통념과 근로조건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및 고용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코로나 이후 사라진 여성 일자리가 경기 회복 과정에서 일정 부분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도 언급됐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일자동화로 대체되면서 팬데믹 이전의 고용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여성의 경력단절이 장기적으로 인적자본 손실,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부 맞돌봄 문화 확산, 유연근무제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 후 남성 취업자수가 코로나 이전 대비 최대 2.4% 감소한 반면 여성 취업자수는 최대 5.4%까지 감소했다. 사진은 출산, 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는 있는 고객들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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