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교육 당국이 애초에 이동형 검체 검사(PCR) 대상에 넣기로 했던 학원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방역 사각지대를 잡겠다는 목표가 흐려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은 예상보다 학교의 이동형 검사 신청이 많다는 이유로 시범 기간인 2주 동안 학원을 검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1일 정책 발표 당시 "서울시·구청과 협력하면서 이동형 검체 방식을 학원가에도 적용을 하고자 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를 13일만에 뒤집은 것이다.
앞서 교육 당국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기한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대체하는 해법으로 이동형 검체 검사를 내세우고 학원 종사자도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공언해왔다. 지난 3일 정책 개시 당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동형 PCR 검사는 학교 내의 혹시 모를 무증상 확진자를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외부 강사나 학원 종사자 진단검사까지 적극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시교육청은 검체팀이 처리할 수 있는 역량에 비해 검사 대상이 많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검체팀 1개가 1시간에 50명을 처리할 수 있고, 하루 총 검사 시간은 등교와 하교 시간을 감안해 최장 5시간 가량"이라고 해다. 주말을 빼고 시범 기간 2주 동안 검체팀 2개가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은 5000명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부스 설치 시간을 감안하면 4시간이 적당하다고 본다"며 "5000~6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더 적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당국이 헤매는 사이 학원에서의 코로나 감염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4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학원 및 교습소 678곳에서 종사자 140명, 학생 912명 등 1052명이 확진됐다. 지난 1월 76곳 및 106명이었던 수치가 지난달에는 268곳 및 449명으로 불어났다. 각각 3.52배 및 4.23배 늘어난 것이다.
지역별 학원과 교습소 내 확진자 수로는 서울이 250곳 및 399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경기 218곳 344명 △경남 52곳 52명 △경북 40곳 56명 △전북 24곳 30명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시교육청은 서울 전역의 교직원 및 학생 100만여명 중에서 26만명 정도가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획하고 있는 검체팀은 22개로, 공백 없이 48일을 꼬박 가동해야 처리 가능한 인원이다. 더 많은 교직원·학생이 검사를 받거나, 학원 강사가 더해지면 검체팀이 받는 업무 부하는 더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범기간 2주가 지나더라도 학원이 이동형 검체 검사 대상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교와 학원 모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범죄 위험과 코로나19 위험 등을 이유로 외부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학원도 학교에서 이동형 검체 검사받는 것이 번거롭다.
현재까지 이동형 검사를 신청한 학원은 0곳이다. 박윤영 한국학원총연합회 총무부장은 "수업료를 내는 학부모들이 검사로 인한 서비스 손해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보충 수업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학생이 다른 학원 등 일정이 잡혀있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학원은 방문형 이동형 검사를 원하고 있다. 박 총무부장은 "학원으로 방문하는 이동형 검사를 실시할 경우 받아들이겠다고 교육 당국에 요구한 바 있다"면서 "상가나 대형 학원에서 진행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격인 서울시학원연합회는 이동형 검체 검사와 자가점검키트 적용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조미희 서울시학원연합회 회장은 "오는 6일 서울연합회에서 회의를 열어 이동형 검사 도입 여부와 방법, 키트 도입 방식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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