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든 '무해지보험' 영업 경쟁
손보사들, 보장 강화·절판마케팅…재무건전성 부담 우려도
2021-06-01 14:08:25 2021-06-02 11:12:43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중도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무·저해지환급형 보험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은 고객 유치엔 효과적이나 향후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금융당국도 과당 경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005830)은 이달 무해지환급형 어린이보험 절판마케팅에 나섰다. 기존에 적용했던 무해지환급형 보험료 할인 혜택을 오는 7월부터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6만1300원 수준(100세만기 2년납, 납입면제 적용, 10세 남아 기준)이었던 보험료가 약 6만8000원으로 10% 이상 오를 것으로 영업 현장에 예고했다.
 
삼성화재(000810)는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저해지환급형(납입 중 50%, 납입 후 100%)을 적용한 간편보험을 선보였다. 상품 해지 가능성이 일부 있지만, 가격과 환급금 니즈가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간편보험은 고지 사항을 대폭 줄인 상품으로 유병력자가 주요 가입 대상이다.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내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일반 상품 대비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고객몰이에 효과적이다. 금융당국의 제동에도 여전히 보험사들이 무·저해지환급형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무해지환급형 보험이 높은 해지환급율을 미끼로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하는 불완전판매를 우려해 판매를 제한한 바 있다.
 
문제는 과도한 무·저해지환급형 보험 경쟁이 향후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품 개발에 적용된 최저 해지율보다 실제 해지율이 낮을 경우 보험사는 해지율 차손이 발생해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도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즉 가입자들이 보험을 해지하지 않을수록 보험사들의 손해가 커진다는 의미다. 실제 해외에서는 무해지환급형 보험의 해지율 리스크로 보험사가 파산한 사례도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무·저해지환급형 과당 경쟁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주요 손보사 상품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무·저해지환급형 과당 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또 7월까지 무·저해지환급형에 대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은 활용만 잘하면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큰 상품"이라면서 "애초에 가입자들의 해지율을 가정해서 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보다 해지율 리스크가 커진다면 재무건전성 부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무·저해지환급형 과당 경쟁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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