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의원 가족 개인 정보 제공 동의서 일부가 제출되지 않아 국민의힘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가 또 다시 미뤄졌다. 국민의힘의 요구대로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직무 회피를 신청했지만, 정작 국민의힘은 '서류 누락'으로 늦춰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의원들 개인 사정에 동의서를 받지 못한 것뿐 조사를 회피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권익위는 조사 착수를 미루고 해당 서류들이 보완된 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소속 의원 102명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와 관련, 권익위에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를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 가족 개인 정보 제공 동의서 일부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다시 보완을 요구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에 정식으로 추가 자료 요청 공문을 보냈다"며 "보완이 되는대로 임시 전원위원회를 거쳐 전수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의 절차적 공정성을 위해 국민의힘에 자료 보완을 요청, 이후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것이 권익위의 계획이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국민의힘을 제외한 비교섭 단체 5당(정의당·국민의당·열린민주당·시대전환·기본소득당) 소속 국회의원 14명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본인과 배우자·직계존비속(재산 등록 고지 거부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가족들) 등 75명의 부동산 거래 조사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는 의뢰 전부터 잡음이 계속돼 왔다. 전 위원장이 여당 출신이라는 점으로 권익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감사원은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다고 통보하면서 어쩔 수 없이 권익위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소속 의원에 대한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뒤늦게 제출한 서류마저도 일부 누락된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의원 재산 공개 때 재산 내역을 고지 거부한 직계존비속 일부가 누락된 것"이라며 "의원들에게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공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계존비속에서 빠진 사람은 재산 신고할 때 이미 독립적 생계 유지한다든지, 이런 경우들이 있다"며 "재산 신고할 때 안하기 때문에 빠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사에 비협조적이라는 비판과 달리 의원들 개인 사정으로 동의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 끌기' 의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도 앞으로 부동산 전수 조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권익위에 따르면 민주당의 경우 조사 의뢰서 제출과 동시에 의원들과 직계존비속 등 총 816명의 개인 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했고, 비교섭 단체 5당도 조사 의뢰서와 의원과 가족들의 개인 정보 제공 동의서를 모두 제출했다.
전수조사 결과 이후 단호하게 소속 의원들을 내보낸 민주당은 연일 국민의힘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시간 끌기'라고 규정하며 "무려 2주 가까이 시간 끌기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며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라고 당장 전수조사에 임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 힘 추경호(왼쪽) 원내수석 부대표,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부합동민원센터 심의실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의뢰서를 가지고 들어오고 있다. 사진/ 뉴시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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