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제공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롯데의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가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롯데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롯데온의 성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향후 어떤 전략을 취할지 주목된다.
지난 1일 열린 상반기 롯데 그룹 사장단 회의(VCM)에서 신 회장은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 연구개발(R&D), 브랜드, 인재 등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고 말하며 "아직도 저와 CEO 여러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빠르게 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경쟁사와 비교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겨 진행된 올해 하반기 VCM 시기 역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것과 여러 현안에 대한 롯데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는 지난해 4월 통합 온라인쇼핑 앱 '롯데온'을 론칭했지만 거래액은 7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2020년 거래액은 전년보다 7% 증가하는 데 그쳐 국내 온라인쇼핑거래액이 19.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통합 효과가 미미하다는 시장 평가가 이어졌다.
올해 1분기 역시 백화점은 선전했으나, '롯데온'을 운영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부는 매출이 290억원으로 41.9% 줄고, 영업손실 역시 작년 150억원에서 29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경쟁사인 SSG닷컴이 매출 33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가 늘고,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적자 폭을 166억원 줄인 것과 대조적이다. 외형 확장을 위한 판매관리비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물류 투자 확대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신세계와 비교해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미흡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롯데온은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의 자진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뒤 수장을 교체하고 쇄신에 나섰다. 지난 4월 롯데온 대표로 영입된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 나영호 부사장은 롯데온의 체질 개선에 집중해 특화된 플랫폼 구축으로 차별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강희태 유통 BU장(롯데쇼핑 대표)이 이베이코리아 인수 포기 결정 직후 "향후 시너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M&A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만큼 메타버스 시장과 관련한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관련 M&A 및 신규투자는 보유 현금 규모에 근거할 때 구체적인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면 언제든 타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그룹이 전략적 투자자 자격으로 200억원을 투자해 중고거래플랫폼 '중고나라' 인수에 참여한 것을 제외하고는 요기요 본입찰에 나서지도 않아 그간 보여온 공격적인 M&A 행보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는 롯데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롯데온이 주도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동안
롯데쇼핑(023530)의 4개 사업 부문 가운데 백화점 부문만 부사장급이었으나, 외부에서 영입한 나 대표에 부사장 직위를 주며 롯데온 경쟁력 강화와 조직문화 쇄신 의지를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강조한 신 회장이 향후 신사업 발굴과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하반기에 뚜렷한 성장 전략과 과감한 방안을 시행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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