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노후한 차량에 화재가 발생해 옆에 주차된 다른 차량도 피해를 봤다면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최모씨가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노후화된 이 사건 차량은 전기장치의 결함에 대한 별다른 방호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그로 인한 위험이 현실화해 결국 화재를 일으켰으므로 원고가 입은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피고는 공작물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는데도 원심이 그와 달리 판단한 것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2018년 3월24일 오후 9시쯤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한 공터에 주차된 박씨의 카고트럭에 불이 났고, 이 불은 옆에 있던 다른 승용차와 그 옆에 있던 최씨의 사다리차에 옮겨붙었다. 이 화재로 최씨 차량이 수리를 받았고, 최씨는 박씨와 박씨가 가입한 보험사 A사에 수리비와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씨와 A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고, A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상 화재의 발화 원인 판명이 불가하다"는 사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최씨는 박씨와 A사가 공동으로 수리비와 휴차로 인한 손해액 총 1억6000만원 상당을 배상하고, A사가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박씨와 A사가 공동으로 최씨에게 총 1억6000만원 상당을 배상하고, A사가 최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피고 차량의 화재는 피고 차량 중 스타트모터 부품의 하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단과 달리 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 차량 하부에서 시작된 화재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차량에 대해 사회 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피고 차량의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과수의 이 사건 감정서에 의하면 사고의 발생 원인으로 '피고 차량 배터리와 직접 연결된 스타트모터 B단자 부분에서의 절연 파괴에 따른 전기적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기는 하나, 스타트모터 내지 그 B단자는 평상시 차량 소유자가 관리하는 영역 내의 소모품이거나 부품이라 보기 어렵고, 차량 소유자가 평소 차량 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도 그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 차량이 2001년 12월 생산된 노후 차량으로 보이기는 하나, 자동차 정기검사가 계속 이뤄지는 가운데 2017년 12월21일부터 2018년 6월20일까지 정기검사 유효기간이 설정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그리고 자동차의 안전기준을 위반해 피고 차량의 구조나 장치가 변경됐다거나 노후화로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이나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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