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공사 안 되죠?"…답 없다는 이유로 임대차계약 해제 안돼
2021-08-04 06:00:00 2021-08-04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임차인이 요구한 공사와 관련한 확인 문자에 임대인이 즉시 답장하지 않은 것을 이행 거절 의사로 간주해 임대차계약을 해제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등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3월25일 B씨로부터 경기 수원시에 있는 오피스텔을 같은 해 4월22일부터 2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계약에는 A씨의 요구에 따라 B씨가 바닥 난방 공사를 잔금 지급시한인 계약일 전까지 완료해야 한다는 특약사항이 포함됐다.
 
이후 B씨는 그해 4월5일부터 이틀 동안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바닥 난방 공사의 위법성과 공사의 어려움 등을 설명하면서 공사 대신 카펫을 설치하거나 전기판넬 공사를 하는 것으로 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A씨는 같은 달 6일 B씨에게 "최종적으로 바닥 공사는 카펫과 전기판넬 아니면 공사 안 되는 거죠?"란 확인 문자를 보냈고, 당일 B씨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면서 계약금과 계약금 상당액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란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A씨의 확인 문자를 받고 이틀 후 인테리어업체에 바닥 난방 공사를 의뢰했고, 주민 동의를 받아 그달 11일부터 18일 사이에 바닥 난방 공사를 마친 후 20일 A씨에게 알렸다.
 
1심과 2심은 "임대차계약은 피고의 이행 거절을 원인으로 한 원고의 2016년 4월6일자 내용증명우편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됐다"면서 B씨가 A씨에게 계약금 2000만원과 손해배상액 2000만원 등 총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계약 당시나 그 후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바닥 난방 공사를 대신할 다른 대안을 채택할 것을 설득했다거나 원고가 보낸 확인 문자에 대해 피고가 즉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에게 바닥 난방 공사 이행에 관한 거절 의사가 분명하게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2016년 4월5일과 6일 나눈 대화를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바닥 난방 공사의 위법성과 공사의 어려움 등을 강조하며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원고가 최종적으로 다른 대안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에도 바닥 난방 공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표현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가 확인 문자를 보내고 다시 해제 통보를 하기 전까지 짧은 시간 동안 피고가 확인 문자에 대해 즉시 답변을 하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피고에게 즉시 답변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란 점에 비춰 보면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바닥 난방 공사에 관해 이행 거절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