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만을 놓고 미중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한반도 '종전선언' 논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미 대 북중'의 대결구도를 고착화시켜 남북·북미 대화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저하되면서 논의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더 이상 북미 간 불신이 깊어지기 전에 조속히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오른쪽 두 번째)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3월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캡틴쿡 호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해 양제츠(왼쪽 두 번째)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등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사훈련을 핑계로 침범하는 등 군사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이 방어할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미중 갈등이 군사적 충돌 가능성으로 비화된 상황에서 답답해진 쪽은 우리 정부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또한 진전을 목표로 외교에 전력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최대한 양국의 협조를 이끌어 북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대만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정부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졌다. 무엇보다 북미 대화 재개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돼, 중국의 지원을 받는 북한의 입지가 강화되고 결국 아쉬울 것 없는 북한의 협상 태도가 북미 대화 재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 중국은 북한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북한으로서는 전략적 상황이 개선되는 것이고, 비핵화 등 다른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해도 된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중 경쟁은 결국 북한의 입지를 강화시켜 준다"며 "이런 차원에서 종전선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한은 현재 중국에 편승해서 생존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간 협의가 더욱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가 부상할수록 동북아 정책의 초점을 한반도에서 대만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하나의 중국'을 기치로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에서도 대만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북한 문제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지력을 강화해서 관리하는 차원으로 가고 있고, 중국 역시 한반도에서의 안정을 원한다"며 "미중 양국이 이런 상태로 가고 있기 때문에 대만 문제로 갈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중이 공통된 대북정책을 가지고 협력할 가능성은 더더욱 떨어진다"며 "종전선언과 한국의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미중 양국이 상당히 소극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종전선언 가능성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미중 갈등이 더 악화되기 전에 북미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불신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재 미중 갈등 속에 북한이 중국의 편에서 중국 입장을 지지하는 여러 징후들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현 단계는 미중 갈등 요인보다도 오히려 북미 간의 기싸움 차원에서 (북한이)주한미군 철수라든지 한미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들고 나왔다고 보여진다"며 "더 이상 불신이 확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미 간 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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