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의 주장은 가정적인 예측에 불과하다."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A사회복지법인의 B장애인거주시설 퇴소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서울행정법원에서 내려진 판결 내용이다. A법인 산하 시설들의 입소 장애인 보호자 대표는 퇴소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퇴소가 반복되면 시설 폐쇄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판결 후 몇 달 뒤 B시설은 실제로 폐쇄됐다. 원고로 나섰던 보호자 대표는 탈시설 반대 운동을 지속하는 중이다.
엄격한 법의 관점에서는 예단을 하면 안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은 정반대다. 시행했을 때의 효과, 예상되는 좋은 결과, 나쁜 결과까지 감안하지 않으면 틈이 생긴다.
취재 중 A법인의 전 관계자와 현 관계자들은 탈시설의 좋은 결과를 이야기했다. "중증장애인 부모에게 지원주택에 와보라고 제안했다",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이 이어졌다. 이에 반해 탈시설에 반대하는 '부모회'는 퇴소 후 사망한 사례가 있다며 우려가 컸다.
반대되는 주장들 중에서 예상되는 효과를 가늠하려면 당사자들의 말을 들어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이 당사자들이 체감되게끔 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자립을 외쳐온 민간시민단체, 기존 장애인 시설, 부모회 등 모두 정부가 자신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는다며 불만을 품는 상황이다.
완전한 탈시설까지 20년이 걸리는데 '시설 입소자들이 지원주택으로 나가기 위한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탈시설이 20년이 걸려서 장애인 인권단체에서는 너무 점진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판국에, 개별 장애인에게는 그것도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간극을 메꾸는 것도 큰 과제로 보인다.
주로 논란이 되는 사안은 중증장애인의 퇴소이지만, 전반적인 탈시설의 미래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통계와는 달리 주변에서 장애인 보기 어려운 한국 사회의 특성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과연 장애인에 무관심하고 싶어하는 사회 심성이 20년 뒤까지 얼마나 고쳐질지 의문이다. 장애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정부와 사회, 사람들이 하는 노력이 충분한지 아직은 체감되지 않는다.
물론 탈시설의 큰 틀까지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비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거주시설에 살면서 독자적이고 간섭받지 않는 삶을 추구하듯이 장애인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화룡정점'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큰 용 그림을 완성하려면 작은 눈동자를 그려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불길한 예감도 수렴해서 탈시설의 큰 그림을 멋들어지게 완성했으면 한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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