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거세다. '리얼돌'(real doll)이란 말 그대로 사람의 신체를 재현한 전신인형을 의미하며 통상적으로는 여성의 신체를 재현한 인형을 일컫는다. '리얼돌'의 수입에 대해 여성의 성 상품화를 조장하고, 청소년의 성 관념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개인의 자유(성적 자기결정권)가 존중되어야 하고, 오히려 성범죄가 예방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최근 5년간의 통계에 의하면 '리얼돌' 수입건수는 1,000여건이나 대부분 통관보류되었다. 관세법 제234조에서는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간행물·도화, 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물품’을 규정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통관을 보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리얼돌'이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지에 대한 해석을 두고 업체들의 소송제기가 반복되고 있다.
관련 규정의 공백 속에 '리얼돌' 체험방 단속도 애매한 상황이다. '리얼돌' 체험방은 '리얼돌'을 시간당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있어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필요가 없다. 결국은 허가없이 오피스텔에서 불법 영업을 해 건축법을 위반하거나(건축법 위반), 출입문에 ‘청소년 출입금지’ 표시를 하지 않거나(청소년보호법 위반), 음란영상을 보관 또는 열람하게 하는 등(풍속영업규제법 위반)의 혐의로 처벌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해당되지 않으면 자진폐업을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이 논란과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은 '리얼돌' 수입업체가 김포공항 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을 허가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수입업체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9년 같은 취지의 첫 대법원 판결에 이어 두 번째 대법원 판결이다. 2019년 판결 때는 세관 당국이 해당 '리얼돌' 제품을 실수로 폐기해 실제로 들여오진 못했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리얼돌' 제품이 처음으로 공식 수입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성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며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일부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는 '리얼돌'의 수입 또는 판매에 대해 대체로 허용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아동·청소년 '리얼돌'은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고, 일부 주의 경우 금지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의 경우도 아동·청소년 '리얼돌'의 구입, 소지는 금지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아동 '리얼돌'과 관련해 아동의 성적 대상화와 성착취를 막기 위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리얼돌' 산업은 ‘코로나 특수’ 업종으로 불린다. 해외에서는 코로나 19 확산이 본격화된 이후 '리얼돌' 주문이 대폭 늘었다는 보도가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생활이 '리얼돌'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인가구 증가 등 생활환경 변화로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법무부, 여성가족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중심이 돼 국내의 전반적인 '리얼돌' 산업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법 개정과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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