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넷플릭스가 촉발한 해외 콘텐츠사업자(CP)의 망 이용료 부과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 입장차가 조금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는 데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고, 통신사인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늘어나는 트래픽 부담을 더 이상 홀로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 관련법이 추가로 제출되면서 망 이용료 의무 법제화가 힘을 받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법제화에 앞서 망 이용료에 대한 입장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는 CP 측과 망 이용료를 받아야겠다는 ISP 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넷플릭스 "망 이용료 내는 곳 없다…OCA로 충분"…기존 입장 고수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 사진/배한님 기자
CP를 대변해 나온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는 "넷플릭스가 해외 ISP에게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과거에는 그랬고 실제로 공시 자료에도 나와 있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전 세계 어느 ISP에도 망 이용료를 주지 않는다"며 "한국 로컬 ISP만 차별적 대우를 하는 것은 힘들다"고 주장했다.
볼머 디렉터는 현재 2015년 이후 망 중립성 규정이 강화되면서 무상상호접속 원칙에 따라 ISP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에 접근하는 '접속 요금'을 내면 그 이용자는 전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CP가) 망 이용료를 지불하게 되는 순간부터 인터넷이 파편화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볼머 디렉터는 망 이용료를 꼭 내야 한다면 비용 문제를 상쇄할 기술적 조치인 오픈커넥트(OCA)를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OCA로 트래픽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볼머 디렉터는 "전 세계 많은 ISP와 파트너십을 맺어 캐시 서버인 OCA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며 "10년간 10억불 이상의 투자로 대역폭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ISP "망 공짜 아냐…국내 CP도 해외 ISP에 비용 낸다"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사진/배한님 기자
ISP를 대변해 발표한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존에도 CP가 ISP에 비용을 냈다고 주장했다. 다만, CP와 ISP가 서로 주고받는 트래픽 양이 유사하다고 가정하고 상호무정산 형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조 교수는 "상호무정산은 망이 공짜라는 것이 아니라 물물교환을 한다는 의미다"라며 "트래픽을 교환하는 비율이 너무 상이하면 정산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것이 미국 케이블방송 사업자 차터(Chater)가 ISP인 타임워너케이블(Time Warner Cable)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내린 합병승인명령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조 교수는 "합병승인명령서를 보면 5개 ISP 사업자가 CP에 과금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며 "여기서 인터넷 양면 시장이 인정됐고, 페이드 피어링(Paid Peer, 망을 이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인터넷 접속료 정산 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넷플릭스의 OCA도 망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CP와 CDN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간통신사업자인 ISP에 망 이용대가, 즉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 CP도 국내 통신 3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상용 CDN을 통해 해외 ISP에 비용을 내고 있다"고 했다.
참석자 대부분 의무화 신중론 유지 "당사자 자율성 보장해야"…KTOA만 강력 찬성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사진/배한님 기자
그러나 대부분 참석자는 망 이용료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ISP 측 발표를 위해 나온 조대근 교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망 이용료 문제는 시장 논리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봤다. 조대근 교수는 "기존 법령의 한계가 있어 시장 실패가 있는지 검토해야 하고,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사업자 간 계약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준모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도 "넷플릭스가 국내 창작자는 물론이고 ISP와도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상대방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적어도 망 이용 이해 관계자들 간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규제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낙준 방통위 인터넷이용자총괄과장은 "당사자가 자유로운 계약에 의해 망을 이용하는 환경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차별적인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법안에 따른 실태 조사나 계약 내용 신고 등 공정한 망 이용 환경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망 이용료 법제화에 찬성했다. 윤상필 KTOA 정책실장은 "2018년 5월과 2021년 9월 이통3사에서 발생하는 망 트래픽이 24배로 늘었고, '오징어게임' 공개 전후인 지난 8월과 9월만 비교해도 트래픽이 37%나 폭증했다"며 "넷플릭스가 ISP에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안 추가…이원욱 의원, '정보통신망 서비스' 규정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사진/배한님 기자
한편, 이날 망 이용료 관련 새로운 법안이 제출되면서 망 이용료 법제화에 힘이 더 실리는 모습이다.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날 '공정한 망 사용료 지급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망 이용료 관련 계약을 회피할 수 없도록 하는 김상희 의원안과 해외 CP의 망 이용료 부과 의무화를 명시하는 김영식 의원안과 차이점은 '정보통신망 서비스'를 법적으로 명시했다는 부분이다. 해당 법안에는 정보통신망 서비스 이용계약 체결 시 이용기간, 전송용량, 이용대가 등 반드시 계약상 포함돼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원욱 의원은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국내외 빅테크기업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시점에 이 법을 통해 정당한 망 대가 기준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국내외 구분이나 사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사업자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에 따른 합당한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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