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카카오는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오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타고 확산된 비대면 경제는 '카카오톡'이란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의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고 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 때는 IT업계의 맞수 네이버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내 역풍을 맞았다. 급속도로 사세가 커지면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에 휘말렸다. 이 여파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3년만에 국감장에 소환됐다. 국감 기간 중 3번이나 국회를 찾은 김 의장은 일련의 논란에 거듭 사죄의 뜻을 밝히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혹독한 성장통을 겪은 카카오는 창립 12주년을 맞는 2022년,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모기업 카카오는 물론 게임, 페이,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공동체들도 저마다의 신사업·글로벌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총 5회에 걸쳐 카카오 공동체의 시즌2를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는 지난달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류 내정자는 내년 3월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치면 유임이 결정된 여민수 카카오 대표이사와 함께 카카오의 새 도약을 이끈다.
류 대표의 발탁과 여 대표의 잔류는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카카오의 의지를 보여준다. 지난 2018년부터 카카오를 이끌어온 여 대표를 통해 조직의 무게감을 더하는 동시에 류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쇄신의 시그널도 주고 있다.
카카오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사진/카카오
류 대표의 이력을 보면 그 의도가 보다 명확해진다. 류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지난 10여년간 그는 카카오톡과 커머스, 테크핀 등의 서비스를 두루 거치며 각 영역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이해도를 쌓아왔다. 특히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들을 연이어 선보이는 과정에서 도전과 혁신이라는 카카오 DNA를 갖춘 인재임이 검증됐다. 보수적 성향이 짙은 통신·금융업계와 상생을 통해 서비스를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시작은 카카오톡 기반의 무료전화 서비스 보이스톡이었다. 국내 통화는 물론 해외전화까지 부담없이 할 수 있는 보이스톡은 무료통화 시간을 기반으로 통신 요금이 책정되던 당시 모바일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통화 수익이 사라진다는 통신업계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통신사, 정부부처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으로 합의점을 찾아냈다.
2013년부터는 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을 맡아 카카오페이를 탄생시켰다. 국내 최초 간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는 공인인증서 없이 6자리 비밀번호만으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무려 18번의 화면전환과 수 많은 정보 입력으로 복잡했던 결제 환경을 간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송금, 결제 등의 단순한 금융 서비스를 넘어 대출, 투자,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고, 지난 11월에는 유가증권시장에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리더로 남궁훈 전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카카오 공동체의 미래 10년을 위해 김 의장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남궁 센터장은 삼성SDS 시절부터 김 의장과 인연을 맺어온 최측근으로 꼽힌다. 남궁 센터장은 김 의장과 게임 포털 한게임을 창업했고, 이후에는 NHN USA 대표, CJ 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 등을 거쳤다. 카카오에는 그가 설립한 엔진과 다음게임이 합병해 카카오게임즈가 출범하면서 합류했다.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함께 미래 10년 먹거리를 모색한다. 사진/카카오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맡아서는 카카오게임즈가 글로벌 종합 게임사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 공동체의 첫 번째 IPO 였던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완수했고, 올해는 모바일 게임 '오딘: 발할라라이징'의 초대박을 이끌었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으로 보직을 옮긴 후 그는 자신의 SNS에 "응집된 게임의 내력이 비게임 영역으로 확장돼야 할 때가 왔다"고 글을 남겼다. 그는 "게임을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자본적 수혜자가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고 있고 소비자에 머물렀던 일반 대중이 디지털 생산자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게임 산업은 스스로 성장할 뿐 아니라 디지털 산업 전체를 혁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서는 "메타버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메타버스의 3D적 특성, 기술적 특성을 논하지만 인문학적 특성, 경제·경영학적 특성은 흔히 간과하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하고 "PC 시대의 B2C는 모바일 시대에 B2B2C로 부흥했고, 메타버스 시대를 만나 이제서야 B2C2C가 흥행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메타버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에 지향점을 두고 사업을 꾸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산업에 조예가 깊은 그가 게임·엔터적인 요소가 가미된 카카오만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설계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사이 류 대표와 여 대표는 카카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고삐를 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보유한 카카오지만 사업 영역이 상당부분 국내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콘텐츠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됐다면 향후에는 게임, 커머스 등에서도 해외 성과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는 "얖으로 개발하는 모든 게임을 글로벌향으로 내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카카오페이는 "포스트 코로나시대가 되면 국내외를 넘나드는 온오프라인 결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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