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병상을 확보해서 환자들이 입원만 하게 되면 저절로 치료가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병상동원과 함께 인력동원에 대해 강력한 행정명령과 지원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작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정부가 거리두기에 제동을 걸고 병상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병상 확보가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20일 오후 '체계적인 의료 대응구축을 위한 긴급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병상 확보에만 급급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복지부는 병상을 확보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리고 그에 대한 손실보상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환자를 돌볼 인력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병원측은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노력보다는 기존 인력들을 다른 병동으로부터 차출을 하기 때문에 온 병동이 인력부족으로 혼란을 거듭하면서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0시 기준 전국의 확진자는 5318명으로 이 중 서울(1908명)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만 3771명이 감염됐다. 전국 확진자 중 71% 가량이 수도권에서 나오면서 해당 지역의 병상과 의료 인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수도권 지역 코로나19 병상 배정은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일괄적으로 배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과 인천, 경기에서는 병상 수와 중증 정도에 따라 병상을 공유할 수 있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의 경우는 중증환자 병상은 10개 중 1개꼴로 비어있어, 가동률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시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371개 중 330개가 사용 중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이 보유한 전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183개 중 172개가 찬 상태로, 병상 가동률은 약 94.0%에 달한다.
이렇다보니, 응급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가격리자나 확진자가 된 신장병 환자들도 투석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석을 건너뛰는 사례도 증가하며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오고 있다. 지난 13일과 18일에는 코로나19 확진 후 재택치료를 받던 경기도 거주 임신부들이 병상이 없어 10시간을 해매거나 구급차 안에서 출산을 하거나 사태가 각각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병상 회전율을 높이고 중환자실 적정 활용을 위해 위중증 환자의 격리해제 기준을 증상 발생 후 최대 20일로 변경하고 격리해제 후 비용은 환자 본인부담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정작 의료업계는 병상 배정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두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코로나19 중환자병상 동원으로 인해 비코로나19 중환자병상 감소가 심각하고 집중치료가 계속 필요한 격리해제 중환자의 치료를 전담할 병원이나 병상이 확보되지 않았다”라며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거나 응급수술 후 집중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 다양한 비코로나19 중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관련 위중증 환자 997명으로 집계된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음성 확인을 받은 보호자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어린이를 중환자실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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