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진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기업 결합 여부를 심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는 분위기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결합에서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슬롯(항공기가 공항에서 해당 시간대 운항을 허가받은 권리)'은 반납 조치로 가득을 잡았다.
공정위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건 안건 상정’ 백브리핑을 통해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공정위는 총 119개와 관련한 시장 각각의 경쟁제한성을 판단했다. 이들의 결합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빠르면 내년 초 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
다만 '조건부 승인'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위원 간 심의 의결 결과에 따라 조치 수준이 일부 변경될 여지도 있다.
공정위는 양사가 보유한 우리나라 공항의 슬롯 중 일정 기준의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일부 노선에서 여객 점유율이 50%가 넘어 시장 경쟁을 제한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날 백브리핑에서는 어떤 슬롯에서 경쟁 제한성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반납한 슬롯은 향후 다른 항공사가 해당 노선에 취항하고자 할 때 일정 절차를 거쳐 배분받을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반납한 운수권은 국외로 넘어가지 않고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할 수 있다.
시장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작아 이런 강도 높은 조치를 내리지 않아도 되는 노선에 공정위는 운임 인상 제한, 항공 편수 축소 금지, 기타 서비스 축소 금지 등 조치를 부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마치고 이런 내용의 조치를 확정해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M&A를 마무리할 수 없다. 양사가 취항하는 모든 국외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태국 등 7개국은 심사를 마쳤고, 미국·유럽 연합(EU)·중국·일본·영국·싱가포르·호주 7개국은 진행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가 심사를 먼저 끝내더라도 국외 경쟁 당국 심사가 종료될 때까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라며 "경쟁 당국 간 조치가 서로 달라 기업이 곤란을 겪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 회의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1조5000억원)을 취득하는 계약을 2020년 11월 17일 체결한 바 있다.
공정위는 당초 올해 6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 등 5개사의 250개 운항 노선에 대해 경쟁제한성 여부 판단의 경제분석을 끝내려 했으나 화물 부문을 추가 분석, 시간이 소요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사진은 김포국제공항에 주기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사진/뉴시스
세종=김태진 기자 memory44444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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