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제기된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핵심 인물들이 이른바 '50억원 클럽'에 포함된 인물을 거론하는 등 구체적 정황을 파악하고도 사실상 늑장 수사로 일관하고 있어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50억원 클럽' 의혹과 관련해 곽 전 의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 등을 한 차례 이상 불러 조사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한국일보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을 보면 김씨는 "최재경,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홍선근, 권순일. 그러면 얼마지?"라고 물었고, 정 회계사는 "50, 50, 50, 50, 50, 50이면 300"이라고 대답했다.
해당 대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지난해 10월6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녹취록에 나온 50억 약속 클럽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한다"면서 말한 내용과 일치한다.
특히 김씨는 녹취록에서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병채 아버지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 그래서 '야,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양 전무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 초기 정 회계사가 자진 출석해 제출한 관련자들의 대화 녹취록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검찰은 정 회계사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보도 내용도 검찰에서 모두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러나 언론 보도 경위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을 뿐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보도에 대해 "형사 사건의 조서, 녹취록, 녹음파일 등이 그 맥락과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관련 재판과 진행 중인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고,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에 대한 침해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기소 이후 법에 따라 증거 기록을 피고인 측에 열람·등사해 주고 있으며, 법원의 결정에 따라 녹음파일도 제공됐다"면서 "앞으로도 검찰은 언론에 알려진 국민적 의혹과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치우침 없이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김씨의 청탁을 받고 하나은행컨소시엄이 무산되는 것을 막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곽씨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퇴직금 등 50억원을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받은 대가로 김씨로부터 지급됐고, 하나은행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29일 곽 전 의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그해 12월1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이날로 50일 가까이 보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권 전 대법관에 대한 고발 사건 중 검찰 직접수사 개시 범위가 아닌 변호사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부분을 분리해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송한 후 뇌물 혐의만 수사하고 있다.
이날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김만배씨 녹취록 중 곽 전 의원 관련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검찰의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 과정에서 해명되는 중이고, 지난해 법원의 영장심사에서도 이 녹취록의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곽 전 의원의 무고함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일 곽상도 전 의원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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