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광주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다. 지상에서 발생한 사고지만 철근·콘크리트 등 잔해가 쌓인데다가 추가 붕괴 위험까지 있어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201동 건물이 붕괴된 것은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이다. 최상층인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도중 바로 아래인 38층부터 23층까지 16개 층이 무너졌고, 쏟아진 잔해로 인해 지상과 지하층 일부도 매몰됐다.
당시 1층에서 공사를 하다가 잔해에 부딪힌 작업자 1명은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다. 하지만 28~31층에서 창호·섀시·미장·소방설비 공사 등을 하던 6명의 작업자가 연락이 두절됐다.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0일째인 20일 오후 붕괴 된 아파트 전경 모습. 사진/뉴시스
사고 첫날에는 외벽 잔재물이 추가로 떨어지거나 타워크레인이 붕괴할 위험이 있어 실종자 수색이 중단됐다.
소방당국은 다음날인 12일에는 긴급 안전진단을 하고 인명구조견과 매몰자 영상탐지기(내시경카메라)와 서치탭 등으로 수색을 재개했다. 하지만 지상·지하는 매몰된 구간이 많고 상층부도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물 때문에 정밀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14일에는 구조견이 이상 반응을 보인 지하 1층 인근에서 A(66)씨가 숨진 상태로 발견돼 수습했지만 아직까지 다른 실종자들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A씨가 상층부에서 낙하물이 떨어질 때 함께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다른 실종자들은 상층부의 무너진 공간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20일부터 붕괴 건물 20층에 전진 지휘소를 차리고 상층부를 수색하고 있다. 상층부의 안전한 수색을 위해 1200톤급 대형 크레인 2대를 투입해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도 진행 중이다.
당국은 21일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을 마친 뒤 다음주 초쯤에서야 상층부 정밀 수색을 진행해 실종자를 찾을 방침이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9일째인 지난 19일 오전 소방구조대가 인명구조견을 동원해 붕괴 잔해물이 쌓여 있는 야적장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시에 경찰의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전9시40분부터 오후 5시쯤까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등과 합동으로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서울 용산 본사, 공사 인허가를 내준 광주 서구청, 자재공급업체, 설계사무소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7시간여 압수수색에서 시공계획서와 콘크리트를 포함한 각종 자재, 사고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무지보(데크 플레이트) 공법 일정 등이 담긴 컴퓨터와 서류 등을 확보했다. 사고가 난 201동과 인근 203동 건물 등의 콘크리트 시료를 채취해 분석도 하고 있다.
이들 자료는 콘크리트 양생 부족과 공기 단축 강행 등 건물 붕괴 이유를 풀어줄 핵심 자료들이다. 경찰은 확보한 샘플을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정밀 분석한 자료를 통해 타설 작업을 실제로 현장에서 누가 관리·감독했는지 등 사고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할 방침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경찰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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