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맨 왼쪽) 국민의당 후보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에 최태원(맨 오른쪽) 대한상의 회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저도 규제 때문에 한이 좀 맺힌 사람이라, 사업할 때 너무 고생했습니다."
벤처사업가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경제 전반에 걸쳐 '네거티브 규제'를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보다는 시장 존중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규제 완화를 바라는 경제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안 후보는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든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정부가 쓸데없는 관치경제, 규제를 통해 기업 자유를 억압하다 보면 창의력이 발휘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앞서 지난 7일 디지털업계와의 만남에서도 "규제가 대한민국의 목을 조르는 상황"이라며 "얼마 전 발표된 세계 100대 스타트업 기업 중 40개가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한탄했다. 4일 중소기업인들을 만나서는 "당선되면 인수위원회에서 면밀하게 살펴 반드시 규제 개혁을 할 생각"이라고 규제 완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과거 정부가 관치의 힘을 통해 '한국 경제'라는 수레를 앞에서 끌고 갔다면 지금부터는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는 게 안 후보 규제 정책의 기본 방향이다.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상으로 허용하는 조건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식의 규제를 말하며, 네거티브 규제는 법률상으로 금지하는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를 뜻한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후보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미국과 중국 등은 네거티브 규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 포지티브 규제로 인해 시행할 수 없는 것들은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통해 진행할 수 있고, 그래야 앞으로 국내 경제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 규제개혁처를 신설해 정부 전체를 감시하고,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규제를 없애겠다는 복안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도 네거티브 규제 카드를 꺼낸 상황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안 후보의 규제 완화는 단순히 기업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는 8일 관훈토론회에서 부동산 표심을 고려해 향후 재산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부동산 세제 완화를 약속했다. 재산세·거래세 모두 높은 현 체계에서는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는 것이 원천 차단돼, 공급 부족을 낳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도 약속했다.
안 후보는 문재인정부를 향해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 중 하나는 다양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뿐만 아니라 민간의 역할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공공에 맡기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부동산 규제 완화를 거듭 시사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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