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호남 민심 다잡기에 나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에서 '복합쇼핑몰'을 공약하면서 출렁이자, 호남 민심을 다잡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특히 이 후보는 '검찰권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윤 후보를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비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는 5·18민주운동의 성지 '광주', 동학농민운동의 '전주' 등을 돌며, 윤 후보로부터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호남의 80~90% 투표율을 유도하며 전폭적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8~19일 이틀 동안 호남 지역 순회를 시작했다.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한 후 첫 호남 방문이다. 이 후보의 호남 방문은 윤 후보의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이 나온 뒤 이뤄졌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 집중유세에서 "대구·대전·부산 어디를 가도 있는 복합쇼핑몰이 광주에만 없다"며 대형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했다.
이는 지지율 변동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발표한 리서치뷰의 여론조사 결과(지난15~17일 만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 한 가상 다자대결에서 윤 후보는 광주·전라지역에서 전주 대비 10%p 오른 33%를 기록했다. 반면 이 후보는 같은 기간 광주·전라 지지율이 59%에서 56%로 소폭 하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와 민주당은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자 곧장 총력전을 펼쳤다. 호남 순회를 시작한 이 후보는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유치'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관심을 직접 마주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한 젊은 남성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잠시 당황한 듯 웃으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타협안을 만들면 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자영업자, 소규모 점포주와 지역주민들 편의가 충돌하고 있다"며 "그럴 때 방법이 있다. 터놓고 대화하고, 조정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타협안을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대규모 상가가 들어와 고용이 늘고 하는 그런 이익도 있는데, 소상공인 피해가 크다고 하다면 조정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시에서 (복합쇼핑몰에서)세금 들어오는 거 일부 떼서 지원해주면 된다"고 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정비 사업을 통해 도민들과 계곡 상인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본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발언이 광주 시민과 전통시장 소상공인·자영업자를 '갈라치기'한 것이라고 맹공했다. 그는 "세상을 살다 보면 똑같은 일을 놓고도 시각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다. 어느 하나가 절대 진리가 아니다"라며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고 그것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한쪽 편을 들어 한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그런데 지금 그 분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편을 갈라 싸우는 건 기회 부족 때문인데 한쪽 편을 들어 표를 얻고 있다"고 맹공했다.
이에 광주 시민들은 환호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날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은 이 후보를 보기 위해 1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몰렸고, 이에 화답하듯 이 후보는 1시간 가까이 장시간 연설을 하며 광주 시민들에게 애정을 쏟아 부웠다. 특히 이 후보는 다른 지역에서 정장을 입고 파란색 목도리를 맨 것과 달리 호남에서는 시종일관 파란색 당 점퍼를 입고 유세에 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민주당, 호남 80~90% 득표율 목표…"윤석열,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이 후보는 호남 지역을 순회하며 윤 후보를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비유하며 '민주주의 사수'를 외쳤다. 그는 지난 18일 광주 유세에서 "군사독재 세력들이 국민을 지키라고 준 총칼로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을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지금도 피해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수없이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만들어낸 우리 민주공화국의 민주, 인권, 평화의 가치가 위기에 처했다. 검찰국가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군사정권에서 힘들게 수십년 고생했는데 다시 검찰이 지배하는 검찰왕국에서 검찰 왕의 지배에 우리가 종속당해야 하냐"고 날을 세웠다
앞서 이 후보는 윤 후보가 '문재인 정권 적폐수사' 발언 이후 사법공약을 발표했다. 사법정책안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독자 예산권 편성, 공수처 대수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자 이 후보와 민주당은 '검찰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공세를 높였다. 특히 이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광주', 동학농민운동의 '전주'에서 이틀 간의 호남 마지막 일정지로 잡으며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냈다.
또 이 후보는 '민생 대통령' 이미지도 부각시켰다. 그는 19일 전주 유세에서 추경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어떤 태도냐,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워 사람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이 죽어야 자기들한테 표가 오니 그러는 것 아닌가"라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어 "적게라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부족하면 다음에 하면 되지 않겠나"라면서 "3월 9일이 지나면 저 이재명이 추경이 아니라 특별 긴급재정명령을 해서라도 그간의 손실을 다 보전해놓겠다"라고 약속했다.
한편, 이 후보와 민주당은 호남에서 80~90%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이는 호남 유세현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 후보가 도착하기 전 유세에 나선 윤준병 의원은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우리 전북의 이번 선거의 목표는 득표율 80%"라며 "이번 대선승리에 전북 도민들이 주역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전북 전주 전북대학교 앞에서 집중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싯
호남=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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