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공시지원금 축소가 본격화되는 등 단말기 유통시장이 변화하면서 기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나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의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소비자들은 불법보조금을 쫓고 있고, 돈의 흐름이 음지로 파고들면서 일선 판매대리점들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단통법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단통법 효과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단통법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말기 유통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개정의 최우선 목표를 이용자 후생 확대로 설정했다. 불법지원금으로 쓰일 우려가 큰 장려금 중심의 경쟁 구도를 모든 이용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 중심으로 전환하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합법적 경쟁을 촉진하고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당시 개정안 설명자료에서 "이번 개정은 그간 불법적으로 지급되던 지원금을 합법으로 끌어내는 측면이 있어 불법 지원금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언급했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단통법이 8년여 가까이 단말기 유통시장을 쥐고 흔드는 사이 시장은 변화했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줄어들었고, 이통사들도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있다. 과거 단통법이 제정되던 시기와 차이가 커졌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공시지원금 중심으로 이용자 혜택을 늘리려 하지만, 변화한 환경은 공시지원금만으로는 혜택 제공에 한계가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통망들만 규제하다보니 정작 대규모로 카르텔을 형성해 불법보조금을 살포하는 업체들은 잡지 못한 채 나홀로 매장 등만 잡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판매대리점들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커졌고, 문을 닫는 판매대리점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도 불법적일지라도 계속해서 큰 돈이 몰려 혜택이 큰 음지로 손을 뻗고 있다. 결국 유통망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는 올해 중점사업으로 단통법 폐지를 들고 나왔다. 지난해부터 단통법 폐지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올해 본격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고, 이용자 혜택도 저해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현장 유통망들도 이러한 점을 공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통법 폐지 논의를 넘어 유통시장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변화된 제도로 이동통신 유통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단통법 시각에서 벗어나 더 큰 틀에서 시장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현 시장 상황에 맞게 단통법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8년여 간 단통법 도입으로 인해 법의 최초 취지가 어느 정도 관통했는지 평가하고, 법을 없애거나 다른 목적으로 전환할 필요는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단통법으로 소비자들이 단말기 지원금과 통신사가 제공하는 요금할인제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과거 대비 시장도 투명하게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단통법으로 70~80% 정도의 목적을 달성했다면, 시장 경쟁 관점이나 소비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법을 역할을 바꾸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 시장에서는 규제완화도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면서 "시장의 투명도를 높여 소비자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유연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