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재명 구애 외면한 까닭은 '문재인과의 악연'
이재명 통합정부론으로 연대 손짓…안철수, 결렬 선언했던 윤석열과 단일화
문 대통령과의 악연 결정적…2012·2017년 대선 갈등, 호남도 등돌려
2022-03-03 17:36:52 2022-03-03 17:36:52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국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계속된 연대 구애에도, 이를 외면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한 까닭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앙금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안 후보는 2012년, 2017년 대선을 거치며 문 대통령과 갈등을 거듭했고, 2017년 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에는 반문(반문재인)의 선두에 섰다. 때문에 누구보다 정권교체를 갈망했고, 연장선상에서 윤 후보가 내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안 후보는 3일 국회에서 윤 후보와 공동합의문을 낭독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를 전격 합의한 배경에 대해 "저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 좋은 대한민국, 정권교체를 위해 몸을 바쳤다"며 "제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기자회견 내내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물론 인수위 단계부터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등 입각의 길이 열렸다는 점과 국민의힘과의 합당은 안 후보에게 차차기를 꿈꿀 수 있는 좋은 반대급부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크다. 안 후보 역시 내각 참여의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문(비문재인) 인사라는 점에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 물밑 협상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진실공방과 책임공방이 불거지는 등 양측의 감정도 극도로 악화됐다. 이 후보는 즉각 국민통합정부론과 함께 정치개혁안을 내세우며 안 후보를 끌어안기 위해 애썼다. 안 후보가 2차 TV토론에서 의원총회를 통한 당론 채택 등 정치개혁안에 대한 진정성을 요구하자, 이 후보는 이를 실행에 옮기며 화답했다. 역시 제3지대에 섰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2일 후보직 사퇴와 함께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정치개혁 가치연대를 매개로 '반윤석열' 빅텐트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안 후보의 선택은 윤 후보였다. "그 사람(윤 후보)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는가. 1년만 지나면 그 사람 뽑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고까지 했지만, 선택은 다르지 않았다. 안 후보 주장대로 단일화의 명분은 정권교체였다. 속내를 좀 더 들여다 보면 2012년 대선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문 대통령과의 앙금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과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노출됐던 진통이 안 후보 마음을 상하게 했고, 안 후보는 이에 후보 사퇴로 반쪽짜리 단일화를 만들었다. 이후 이른바 '문안 인사'를 통해 합동유세를 펼쳤음에도, 투표 당일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안 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안 후보는 주위에 강한 서운함을 남겼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 참석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4년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 한때 문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가 되기도 했지만 이후 줄곧 친문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당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극도로 비화됐다. 당시 당대표였던 문 대통령의 혁신안에 안 후보가 자체 혁신안으로 맞불을 놨고, 결국 안 후보가 탈당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이 안 후보의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자택까지 찾았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두 사람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졌고,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압승하며 38석을 쥐게 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호남 홀대론이 호남 민심을 움직였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다시 맞붙었다. 당시 안 후보는 문 대통령을 향해 "양보뿐만 아니라 도와줬는데도 고맙다는 말은커녕 (나 때문에)졌다고 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현 정부 들어서도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21대 총선에서는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추며 정권에 날을 세웠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했고, 결국 졌다. 안 후보의 10년 정치인생에서 문 대통령은 넘어야 하는 산이자 넘을 수 없는 벽이었고, 후보를 반강제적으로 양보해야 하는 동지였다가 배신의 관계로 변모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감안할 때 안 후보의 단일화 선택지는 문재인정부를 계승하는 이재명 후보보다 문재인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윤석열 후보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의 악연은 안 후보가 정권교체에 매달리게 된 이유"라며 "안 후보로부터 떠났던 호남의 마음이 되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이래저래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안 후보는 보수 기반에 중도 색을 입혀 차차기를 꿈꿀 수 있는 윤석열 후보와의 결합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또 이 후보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업적을 통해 집권여당 대선후보로 발돋움한 만큼 안 후보는 차기 윤석열정부 내각에 참여해 국정운영 경험과 능력을 선보이겠다는 다짐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이낙연 전 총리도 국무총리를 대선 도전의 발판으로 삼았다. 다만 '철수정치'의 재연은 그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상실케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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