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항원검사 중심의 코로나19 검사 체계가 적용된 지난달 3일 이후 몇몇은 마스크 대란의 재현을 우려했다. 어느 약국에서도 자가검사키트를 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 역시 자주 등장했다. 기존 유전자 증폭(PCR) 검사 대신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키트를 구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제2의 마스크 대란' 주장의 골자였다.
코로나19 검사 체계가 갑자기 바뀌면서 시장에 충분한 자가검사키트가 공급되지 않았던 것은 맞다. 실제로 제품 자체가 귀한데 수요는 올라가면서 일시적으로 품귀 현상을 보였다. 그렇게 자가검사키트와 마스크라는 두 단어 뒤에는 '대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는 감염을 막기 위한 최전선 방어책으로 평가돼 구하기 쉽지 않은 물건이었다. 당시 정부는 공적 마스크 개념을 도입해 품귀 현상을 잠재우려 했다.
자가검사키트의 경우 품귀 현상을 막고 충분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유통개선조치가 시행됐다. 유통개선조치는 약국과 편의점에서만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고, 1인 1회 구매량을 5개로 제한한 내용이 핵심이다. 모든 제품의 가격은 6000원으로 동일하게 판매된다.
유통개선조치와 신규 허가, 업체들의 생산량 증대의 결과로 자가검사키트 품귀 현상은 길어지지 않았다. 검사 체계가 신속항원검사 위주로 바뀐 지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어느 약국이나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자가검사키트를 구입할 수 있다. 원하는 만큼 자가검사키트를 살 수는 없지만 재고 품절로 구매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이달 말을 끝으로 유통개선조치가 해제되면 약국이나 편의점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자가검사키트를 구입할 수 있다. 구매량에도 제한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되지 않는 단서만 보더라도 자가검사키트 품귀 현상을 대란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 초기 전국적인 마스크 대란에 빗대는 데 무리가 있었다. 원자재 수급조차 어려웠던 마스크와 달리 자가검사키트는 생산 공장도 원자재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꼭 신속항원검사가 필요하다면 자가검사 대신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는 방법도 있다.
유통개선조치 시행 초기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약사는 사실 일부러 자가검사키트 재고를 비웠다고 털어놨다. 이 약사는 카드 결제 수수료부터 인건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귀띔했다. 자가검사키트 품귀 현상이 대란에 이를 정도였다면 '마스크 없무새(공적 마스크 대란 당시 마스크 없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약국 관계자들을 표현한 유행어)'처럼 또 다른 '없무새'가 나타났어야 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재고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대란이 아니라 과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란의 사전적 정의까지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생각이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의 심각성을 느껴야 대란으로 분류하는지는 궁금하지도 않다. 다만, 2년 넘게 겪고 있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근거 없는 불안감 조성은 피해야 한다는 점은 꼭 강조하고 싶다. 정확한 정보 전달과 건강한 여론 형성은 어느 사회에서든 필요한 일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또 어떤 현상을 대란으로 묶어 불안감을 키울지 모를 일이다.
산업2부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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