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높인 연 1.5%로 결정했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인상이다.
사실 기준금리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업계에서는 동결과 인상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대내외적 여건을 감안하면 타이밍 상 선제적 금리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 맞는 시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총재가 없는 상태에서 설마 금리가 인상되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총재가 없는 가운데 금리가 오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한은의 금리 인상이 어느 때보다도 급박한 상황에서 이뤄졌음을 짐작게 한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이 예상보다 빠른 통화정책 긴축 전환을 시도하면서 보폭 맞추기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국내 물가에 있다. 그만큼 물가 폭등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1%나 급등했다. 4%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12월 이후 정확히 10년 3개월 만의 일이다.
물가상승률 4%대 진입은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시적 수준에 그친다면 모르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리 인상과 함께 올해 소비자물가가 지난 2월 전망치인 3.1%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치명타를 입힐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통화 당국이 불과 2개월여 만에 물가 전망치를 수정한 것이다. 한은의 예측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증대된 탓이 크다.
이는 바꿔 말하면 국제적 하방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물가 전망치는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통화 당국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악재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업계는 앞으로도 한은이 수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워낙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졌고 미국 통화 정책과의 보폭을 맞춰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당장 물가 급등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뾰족한 카드가 금리 인상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물가 안정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종료 시점을 가늠할 수 없으니 국제유가 및 원자잿값의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고, 이에 따른 기업의 설비 투자 감소, 개인 소비 악화 등 악순환도 우려된다.
그렇다고 금리가 마냥 오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취약 계층의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결국 금리가 오르면서도 이들 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책도 함께 동반돼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생각해 보면 작년 가을부터 물가 불안의 전조증상이 있었음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온 정부의 태도는 더욱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물론 당시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변수는 없었지만, 이미 물가상승률이 2%에서 3%로 진입하는 중이었고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징후들도 발견됐다. 그때마다 정부는 연신 "괜찮다"는 입장을 되뇌었을 뿐 뾰족한 대응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이러나저러나 대다수 국민들의 살림살이만 더욱 팍팍해지게 생겼다. 한은이 이미 물가 소방수 역할을 자처한 현 상황에서 차기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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