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전국 13개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이 노인인구 등으로 발생하는 지하철 무임 손실에 대해 정부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지자체가 지하철 운임 손실을 보전하고 있는데, 재정상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등 7개 광역자치단체와 의정부, 부천 등 6개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돼 있는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협의회)는 18일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국비 보전을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인수위에 공식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 5·18 민주화 운동 부상자 등은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전국 지자체들은 재정 건전성의 위협 등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노인인구 급증은 물론 수년간 지속된 요금동결, 코로나로 인한 승객 감소 등으로 도시철도 적자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임승차자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2015년 2억5000명에서 2019년 2억7000명으로 늘었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2021년 당기 순손실은 1조6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 노인 인구 비율 급증에 따라 무임승차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와 같은 체계라면 지자체의 부담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21년 16.6%에서 2025년 20.6%, 2050년 40.1%로 예측된다. 반면 서울시 등 대부분 지자체는 2015년 이후 요금을 동결한 상황이다. 협의회는 “현재 수송원가 대비 평균 운임은 평균 30% 수준이지만, 민생안전을 위해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서울과 부산의 도시철도는 개통한 지 30~40년이 지나 전동차 등 노후시설의 대대적인 교체·보수 및 편의시설 확충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여 소요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협의회는 “특히 이러한 상황은 재정력이 낮은 기초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경전철에서 도시철도 경영상 어려움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그간 정부와 국회에 무임 손실 보전을 여러 차례 건의하였고, 21년에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 국토위원회 법안소위까지 올라갔지만, 국토교통부의 PSO(공익서비스 비용) 연구용역 이후로 개정안 처리가 미뤄지고 있어 도시철도 재정난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원로 도시철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무임승차 수혜자 담당 기관이 금액을 부담하는 게 원칙 아니냐”며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도시철도망의 지속적 확대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무임 손실을 국비 지원하는 한국철도공사와의 형평성 △무임 손실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지속된 점 등을 고려해 정부가 무임 손실 지원 미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협의회를 대표해 “서울·부산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김포·의정부 등 기초자치단체 역시 정부 대신 도시철도 무임 손실을 떠안으면서 재정적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실용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새 정부의 기조인 만큼 2500만 이상 국민이 이용하는 도시철도의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운영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지하철 운임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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