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삼성SDI가 A수급사업자로부터 건네받은 다른 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다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특히 삼성SDI는 해당 기술자료를 중국 합작법인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른 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고 기술자료 요구 서면도 미교부한 삼성SDI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억7000만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조사 내용을 보면 삼성SDI는 지난 2018년 5월 중국 내 현지법인의 협력업체(중국 기업)로부터 국내 A 수급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B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달라고 요청을 받았다. 이에 삼성SDI는 A 수급사업자를 통해 B사의 운송용 트레이 기술도면을 현지 협력업체에 제공했다.
B사는 A수급사업자의 하청업체다. A사는 원사업자인 삼성SDI의 위탁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B~D 사업자들의 기술자료를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 내 법인의 현지 협력업체는 삼성SDI 65%, 중국 2개 업체가 35%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법인이다. 이 합작법인은 신규개발 부품을 납품할 예정이던 중국 현지업체였다. 해당 도면에는 부품을 납품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받침대인 운송용 트레이 기술이 담겨있다.
덜미를 잡힌 삼성SDI는 A수급사업자가 작성·소유한 기술자료를 취득한 경우에만 하도급법 적용대상이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하도급법의 목적, 법 문언상 의미, 다양한 거래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수급사업자가 작성 또는 소유한 기술자료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수급사업자가 매매, 사용권 허여 계약, 사용허락 등을 통해 보유한 기술자료도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원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하도급법 취지를 고려할 때 수급사업자가 소유한 기술자료로 좁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업체들의 기술혁신 의지를 봉쇄하는 등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큰 만큼, 수급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자료까지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뿐만 아니다. 삼성SDI는 2015년 8월4일부터 2017년 2월23일까지 8개 수급사업자에게 이차전지 제조 등과 관련한 부품의 제조를 위탁하면서 기술자료 요구서를 사전에 교부하지 않았다. 부품의 제작이나 운송과 관련한 기술자료 요구 건은 16건에 달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삼성SDI가 해당 기술자료를 통해 다른 부품과의 물리·기능적 정합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봤지만 법에 따라 교부해야 하는 기술요구서면 교부하지 않은 점은 위법하다고 봤다.
기술자료 요구서 제공 의무는 하도급업체의 기술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핵심 사항을 사전에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절차다. 현행 하도급법에서는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기술자료 요구를 금지하고 있고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기술자료 명칭, 요구 목적 등이 기재된 서면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송상민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이번 사건은 수급사업자가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업자를 통해 보유하게 된 기술자료도 법상 기술자료 요건에 해당한다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로 판단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를 통해 수급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공 받아 보유한 기술자료 또한 하도급법 보호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기술자료를 취득해 유용한 행위가 위법이라는 위원회의 인식을 분명하게 한 것은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삼성SDI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억7000만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SDI 경기도 용인시 기흥 본사.(사진=삼성SDI)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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