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진행됐던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노동조합을 향한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노조가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으니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성토의 주된 내용이었다. 이른바 '귀족 노조'에 반감이 있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사인 애플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는 발언도 등장했다. 이에 삼성전자 부회장은 발전된 노사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답변했다.
주주총회 장소에서 주주들의 거센 목소리가 나온 지 한 달이 넘도록 아직 삼성전자 사측과 노조는 대립하고 있다. 공동교섭단을 꾸려 사측과 교섭 중인 노조는 일주일째 삼성그룹 총수의 집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달 대표이사와의 대화 이후 노조는 사측이 협상의 의지가 없다면서 총수에게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집회를 시작한 바로 다음 날 사측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노사 간 멈췄던 대화가 다시 개시된 것은 다행이다. 다만 노조가 총수의 집 앞으로 가는, 이전보다 강력한 움직임을 보이고 나서야 사측이 새로운 제안을 한 것은 아쉽다. 노사가 견해차를 보이면서 교섭이 진행되지 않았던 기간 파업이 단행될 수 있는 가능성도 언론에서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러한 우려보다는 총수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는 것을 더 부담으로 느끼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에 대해 두 차례에 걸친 조정회의 결과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걸쳐 파업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원 수가 적어 파업에 이르더라도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내놓고 있지만, 파업의 가능성이 계속해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절대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는 주주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총수에게 대화를 요구하면서 사측의 제시안을 받았고, 이에 대한 환영의 입장도 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요구안에 만족하지 않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기존 요구안을 관철하려는 의지도 보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노사 산 교섭도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노사의 합의는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서만 이뤄져야만 한다.
기자가 집회 현장에서 직접 만나본 노조 조합원들은 부정적 의미에서의 '귀족'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일부 주주가 들고나온 팻말의 내용처럼 '정말 싫어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집회에 나온 노조의 외침은 주주총회에 나온 주주들의 그것보다 더 절박한 느낌도 들었다.
물론 주주들의 목소리도, 노조의 목소리도 모두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주주들의 대화 요구도, 노조의 대화 요구도 모두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있다. 주주총회와 집회에서 각각 다른 내용의 팻말이 들려 있었지만, 이들 내용도 모두 주목해야 한다. 확실한 점은 발전된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주주총회의 답변이 실현되는 과정을 주주와 노조 모두가 바란다는 것이다.
정해훈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