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방역 지원 제의에 침묵…돌파구는 한미정상회담
신규 발열자 27만명 육박…누적 발열자 148만명, 누적 사망자 56명
의료 인프라 열악해 자력 대응 한계, 중국 도움 먼저
정상회담 메시지에 호응 여부 결정될 듯…"북 자극 표현은 안돼"
2022-05-17 15:51:02 2022-05-17 15:51:02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고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15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지원 의사를 담은 우리 측의 통지문 수령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선전매체를 통해 적대적 표현만 강화했다. 결국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회담에서 어떠한 내용의 대북 메시지가 나오느냐에 따라 북한의 호응 여부 또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급해진 북한으로서도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해졌다. 
 
남북은 17일 오전 9시 남북연락사무소 간 개시통화를 정상적으로 가졌지만 북한은 우리 측이 전날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등 제공 의사를 밝히면서 제안한 남북 실무접촉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는 전날 코로나19 방역 협력 제의가 담긴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의 대북통지문을 북측 김영철 통일전선부(통전부) 부장에게 보내려 했지만 이날까지 북측의 접수 의사 표시는 없었다.
 
북한은 오히려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당장 북한의 수용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윤 대통령을 '쩍벌 선주'로 지칭하고 "저 하나의 위세와 치부, 향락만 추구하며 대통령실을 옮기라, 관저가 불편하다며 아래 것들을 매일 들볶는다"고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전날에도 대통령실 이전을 비꼬면서 "이런 자들이 국민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5년 동안 주인 행세를 하겠다니 참으로 '망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일단 추가 제안보다는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북한 자력으로 위기 극복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가뜩이나 경제난이 심화된 상황에서 인민들의 대규모 민심 이반이 뒤따를 경우 사정은 복잡해진다. 때문에 어떠한 형태도든 국제사회의 도움에 기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단 북한은 혈맹인 중국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은 데다 사안의 시급성도 커졌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6만9510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6명이 사망했다. 현재 북한의 누적 발열자는 148만3060여명이며 사망자는 총 56명으로 늘었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 등을 감안하면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미국 축하 사절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를 접견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두 정상이 어떠한 내용의 대북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북한의 대응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메시지가)군사적으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코로나 방역 지원과 관련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하면 북한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회담에서)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을 한미가 어떻게 할 것인가가 첫 번째 의제"라며 "군사적으로 북한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합의를 하면 북한이 (지원 제의를)받고 싶어도 못 받게 된다. 북한을 자극하는 등 표현이 거칠지 않아야 된다는 이야기"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전날 북측에 보낸 대북통지문의 수신처를 변경해 다시 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전부가 아닌 조국평화통일위원회로 보내 '정부 대 정부'로서 격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쪽에서 통전부는 당 조직이다. 당 조직과 행정부 조직은 다르다"며 "행정부 조직의 장이 당 조직의 수장에게 만나자고 하니 이게 말하자면 법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격을 맞춰서 제안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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