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넷플릭스로부터 촉발된 콘텐츠제공사업자(CP) 망이용료 이슈는 빅테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 인터넷 공간은 텍스트 위주의 공간이었지만, 현재의 시장은 하루 수천만개의 동영상이 오가는 거대한 트래픽 창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글로벌 거대 CP 중심으로 트래픽이 집중되면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뿐만 아니라 CP도 네트워크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지속가능한 인터넷 생태계 창출을 위해 ISP와 CP가 역할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데이터트래픽은 18만1131페타바이트(PB, 1PB=100만GB)를 기록했다. 트래픽의 78%는 영상과 음악스트리밍 서비스로부터 발생했다. 트래픽이 미국 빅테크 기업에 집중된 점도 특징적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분석 업체인 샌드바인에 따르면 2022년 1월 세계 트래픽 1위는 구글로, 전체 21%를 차지했다. 2위는 메타가 15%, 3위는 넷플릭스 9%가 뒤를 이었다. 향후 데이터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에릭슨엘지가 발표한 모빌리티 리포트를 보면 세계 트래픽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모바일 데이터트래픽은 2026년 300엑사바이트(EB, 1EB=10억GB)를 넘어서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30만7200PB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트래픽이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ICT전문가들은 인터넷 환경이 새로운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 텍스트 위주의 서비스와는 다른 네트워크 투자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독일 인터넷연동서비스업체 인터넷 서버실. (사진=연합뉴스)
로슬린레이튼 포브스 시니어 칼럼니스트는 지난 12일 '광대역네트워크의 공정한 비용회복을 위한 글로벌 움직임 증가(The Growing Global Movement For Fair Cost Recovery On Broadband Networks)'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과거 이메일 수준에서는 상호무정산이 가능했지만 오늘날 소수의 플레이어들이 인터넷 트래픽과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렵다"면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디지털 불평등을 해결하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기술했다. 그는 "투자 확대를 위해 정책입안자들이 세금이나 수수료와 같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ICT 생태계 지속가능하려면 네트워크 고도화가 필요하다"면서 "비용을 네트워크로 인해 수혜를 받고 있는 CP쪽에서도 분담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는 CP에 대해 네트워크 보유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생태계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포지셔닝을 달리해 책임과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CP들도 네트워크와 관련해 일정부분 의무를 분담하는 사업자 형태로 체계를 가져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망중립성 원칙에 비춰봐도 CP들의 비용 부담이 정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망중립성은 2003년 미국의 미디어법학자 팀 우(Tim Wu) 컬럼비아대 교수가 처음 제시한 것으로 어떤 콘텐츠나 서비스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팀 우 교수도 망중립성을 제시할 당시 과도한 트래픽을 만들어 내거나, 다른 사업자 망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칠 경우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면서 현재 글로벌 CP들이 내세우는 망중립성은 성립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논리적 일관성이나 그동안의 법적인 관행, 일반적 관념에 비춰봤을 때 특정 ISP에 과도하게 트래픽을 만들어 내거나 통상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과도하게 넘어선다면 충분히 제한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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