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높이면서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네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모두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해왔지만 최근 국내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고 미국의 긴축 속도도 워낙 빠르게 이뤄져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한은이 미국과의 금리 인상 폭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네 차례 금리 인상은 물론, 경우에 따라 1~2차례는 금리를 0.5%포인트까지 높이는 '빅 스텝'까지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미 연준은 14~15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0.75~1%에서 연 1.5~1.75%로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시행한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무려 28년 만에 처음이다. 이와 함께 시장의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 기대치는 2.75~3%까지 높아졌다.
미국은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대폭 상향하겠다고 예고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0.75%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한은은 그간 꾸준히 금리를 높여왔음에도 이제는 빅 스텝 카드까지 고려해야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경우 국내 증시,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날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연 1.75%)와 미국(연 1.5~1.75%)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이 같아졌다. 한은이 내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인다 해도 미 연준이 7월에 빅 스텝 이상을 단행하면 한미 금리는 역전된다.
금리 역전이 원화 가치 하락,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점도 문제다. 특히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 달 기준 5.4% 급등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8월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큰 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요구된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빅 스텝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 3∼4주가량 남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 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하반기 한은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연말까지 남은 7·8·10·11월 금통위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0.25%포인트씩 네 차례에 걸쳐 인상된다면 연말 국내 기준금리는 2.75%에 도달한다. 하지만 미국의 연말 기대치인 3%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한은이 최소 한 차례 이상은 빅 스텝을 거쳐야 한다는 계산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워낙 가팔라 한은도 빅 스텝을 최소 한 번 정도는 단행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연말까지 3%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빅 스텝 을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미국이 또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다면 한은 역시 빅 스텝을 추가로 시행해야 한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벌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높이면서 한국은행도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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