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이 구독서비스 T우주의 새로운 상품을 내놨다. 지난달 자사 가입자 대상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우주패스 스탠다드 출시 이후 한 달여 만으로, 이번에 출시하는 상품은 편의점과 카페에서 집중 할인을 제공한다. 이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구독서비스 성장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구독모델 다각화를 통해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독모델 늘리기에 앞서 구독서비스의 질을 높여, 양질의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은 오는 23일 우주패스 라이프(life) 출시를 앞두고 직영점, 대리점 등에 상품 설명을 진행했다. 우주패스 라이프는 편의점과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에 특화된 상품이다. 세븐일레븐과 투썸플레이스 이용요금의 30% 할인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여기에 웨이브, 플로, 홈플러스 등 40여개의 추가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첫달은 1000원에 이용이 가능하며, 이후 부가가치세 포함 월 9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구독상품과 달리 생활밀착형 할인 혜택이 중심이다.
이로써 정규 우주패스 상품은 총 4개로 늘어나게 된다. SK텔레콤은 앞서 지난해 8월 서비스 론칭 당시 우주패스 미니(mini), 우주패스 올(All)을 선보였고, 지난달 우주패스 스탠다드(standard)를 선보인 바 있다. 우주패스 미니(월 4900원)는 11번가 3000포인트, 아마존 무료배송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웨이브 라이트 서비스나 구글 원 멤버십 100GB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우주패스 올은 미니 혜택과 더불어 개별 구독 상품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우주패스 스탠다드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다른 구독상품이 통신사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는 것과 달리 SK텔레콤의 5GX프라임·T플랜스페셜 이상 요금제 이용자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입월 포함 6개월 동안 무료 이용 후 우주패스 올과 동일한 월 9900원에 이용이 가능하며, 요금제 별로 5000~7000원의 통신요금을 할인하는 것이 특징이다.
SK텔레콤이 구독서비스 모델 다각화에 나서는 것은 통신을 넘어 실물 상품을 포괄하는 구독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SK텔레콤은 구독형 마케팅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유영상 대표는 'SKT 2.0'시대 5대 사업군 중 하나로 구독서비스를 꼽았다. 2025년 구독 가입자 3600만명, 거래액 8조원 달성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정규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구독모델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단발성으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지난 3월에는 갤럭시S22 등 신규스마트폰 가입 고객 대상으로 우주패스 핫픽을 선보인 바 있으며, 현재 가입자 성향 파악을 위해 11번가와 연계해 쇼핑에 특화된 구독상품 우주패스 슬림(월 2900원)에 대해 베타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을 포함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구독전쟁은 확대되는 추세다.
NAVER(035420) 구독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가 가입자 800만명을 돌파했으며, 연내 1000만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구독자 수가 900만명을 넘어섰다. 통신·인터넷포털·커머스 전문기업 간 구독시장을 놓고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국내 시장은 2025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다만 양적 성장에 앞서 구독서비스의 질을 높여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령 SK텔레콤은 지난 3월1일자로 우주패스 올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스타벅스 혜택을 종료하면서 고객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사업자들은 제휴 여부는 제휴사와의 협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고지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독서비스의 기본인 혜택의 연속성이 어느 정도 확보돼야 고객 만족감이 커지고 또 기업 입장에서도 락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모두가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사업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일방적으로 사업자가 (제휴 여부를)변경할 수 있도록 약관이 설정된 것 자체가 불공정한 것"이라며 "약관부터 다시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확대로 대체가능한 타사의 구독모델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양적 성장에 치우친 가입자 확대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우려도 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로 작동시켰더라도 혜택 변경이 잦아지면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될 수도 있다"면서 "서비스 론칭 당시 외부적 효과 및 내부 비용 등에 대한 충실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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