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하원 연방 대표들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악마화'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영웅화'로 요약된다. 하지만 지난 30년 간 두 국가 사이에서 일어난 복합적 요인들을 이해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으며, 현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도 변화할 수 있다. 관련해 <뉴스토마토>가 러시아·유라시아 전문가인 김창진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경제대학원 교수와 성원용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초청해 견해를 들어봤다. (새롭게 보는 우크라 사태)는 역사적 배경을 담은 1편을 시작으로 우크라 사태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경제적 영향 등 총 4편으로 구성된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를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미국과 러시아 간 경제 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되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가 미국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면서 다극체제 전환의 가능성이 열렸고, 유럽을 중심으로 대 러시아 제재의 균열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유라시아 전문가인 성원용 인천대학교 교수는 최근 <뉴스토마토>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러시아의 침공 행위에 대해 국제 사회에서 많은 국가들이 규탄하고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지만 경제 제재 측면에서만큼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립에 위치해 있거나 러시아 편에 가담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역설적인 현상을 보이면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약한 고리인 '금융 분야'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에너지와 식량이라는 전통적 산업을 통해 역공을 가하고 있고 실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버틸 수 있는 동력은 지난 30년 간 준비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자 생존'에 있다는 것이 성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러시아의 엘리트들은 서방의 제재를 대비해오고 있었다"며 "실제로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 러시아의 많은 국책연구원들이 제재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 일환으로 달러 체제의 의존도를 낮추고 금 보유량을 늘려왔다. 또 에너지 가격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안정화 기금과 국부자금을 만들어 운용해왔다.
여기에 유럽의 분열까지 더해지면서 서방의 제재는 더욱 약해지고 있다. 성 교수는 "유럽은 하나인 것처럼 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이제 좀 살 궁리를 해야지, 우리도 살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하는 상황으로 유럽이 분열되기 시작했다"며 "서유럽에서는 독일과 이탈리아 사이의 갈등, 동유럽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폴란드와 머뭇거리고 있는 루마니아 사이의 갈등 이런 구도들이 결국 유럽의 분열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때 미국의 일극체제가 아닌 러시아를 포함하는 다극체제로 전환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성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에 있어서 저는 다극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본다"며 "글로벌 단위에서 굉장히 다양한 중심축들이 만들어지면서 다극 체제를 만들어가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푸틴이 구상하고 있는 다극체제에 대해 성 교수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중심에 들어서서 중국과 함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 가자 그것은 바로 다극 체제"라며 "1차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준동맹 수준의 체제를 확립하고 난 뒤 유라시아 대륙 체제에 인도가 들어간 뒤 아세안까지 합류한다면 유라시아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게 되고 이를 푸틴이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것"이라고 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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