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정" vs "흑자 우선"…한국지엠 임단협 줄다리기
기본급·성과급 외 전기차 생산 갈등 '뇌관'
사측 "재무성과 우선…부평2공장 전기차 계획 없어"
노사 갈등 지속시 내년 신차 CUV 생산 차질 우려
2022-07-12 14:59:32 2022-07-12 14:59:32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한국지엠 노조가 기본급 인상, 성과급 등과 함께 국내에 전기차 배정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은 회사 정상화가 먼저라며 노조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양측 모두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내년 신차 생산과 흑자 전환 달성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8일 열린 5차 교섭에서 임단협이 결렬됐다. 노조는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 의지가 의심된다"며 국내 전기차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부평공장. (사진=뉴시스)
 
현재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2300원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약 1694만원)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의 공장별 발전방안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특히 노조가 전기차 생산을 요구한 것은 전기차 전환에 대비해 추가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통상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고 공정이 단순해 생산 인력 부담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내수 판매량이 5만4292대로 전년 대비 34.6% 감소했다.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은 연말 사실상 폐쇄를 앞두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5월 부평2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했고 연내 부평2공장 인력 1200여명을 생산 확대가 예상되는 부평1공장(500여명)과 창원공장(700여명)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노조는 부평2공장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GM은 2025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10종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10종 모두 해외에서 들여온다. 
 
업계에서는 기존 한국지엠의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저조한 가운데 본사인 GM으로부터 전기차 등 신차를 배정받지 못한 것이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평2공장도 군산공장처럼 아예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김준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장은은 "부평2공장 신차와 전기차 배정문제는 사장의 의지와 생각이 중요하다"며 "한국지엠 전기차 생산에 좋은 환경인 만큼 렘펠 사장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재무제표 성과와 흑자 전환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회사는 올해 손익분기점 달성, 내년 흑자전환이 목표인데 적자가 지속인 상황에서 미래차 배정은 어렵다"고 맞섰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8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적자가 5조원대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376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달 1일 부임한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은 "내년 흑자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선 내년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내놓는 신차 성공에 회사의 명운이 달렸을 정도다"며 "CUV가 누적 수출 30만대를 돌파하며 한국지엠 핵심 모델로 자리 잡은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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