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에서 디젤차에 주력해온 폭스바겐이 가솔린과 전기차 출시로 '탈 디젤'에 시동을 건다.
2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올해 1~7월 국내에서 판매한 7543대 중 디젤차는 5926대로 78.6%의 비중을 차지한다. 10% 후반대의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폭스바겐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티구안, 골프, 아테온, 제타, 파사트GT, 티록 등을 판매 중인데 제타를 제외하면 모두 디젤차다. 특히 올 초 출시한 8세대 골프, 신형 아테온 모두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폭스바겐이 유독 한국에서 디젤차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 업계는 수익성 때문으로 분석한다. 환경부가 디젤차의 경우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 시 유럽기준(WLTP)으로 측정하고 있는데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유럽 공장에서 생산된 디젤차를 국내에 바로 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증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가솔린 차량은 미국 기준인 CVS-75를 적용한다. 유럽이 아닌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타가 가솔린 모델을 국내에 들여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외 디젤차 최대 시장이 한국인만큼 디젤차 판매율을 올리면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장이 한국이다"며 "폭스바겐이 계속 디젤차를 보급하는 건 결국 밀어내기 식으로 판매해 최대한 끝까지 수익률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23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72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사샤 아스키지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신형 티구안 올스페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폭스바겐코리아)
디젤차 위주의 판매 전략으로 폭스바겐은 지난해 볼보에 밀리며 수입차 4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역시 볼보가 4위를 유지하고 있다. 볼보는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가솔린과 디젤엔진을 단종하고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모델만 판매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 퇴출 속도가 빨라지자 결국 폭스바겐도 디젤차 라인업을 줄이고 가솔린 차량과 전기차를 새롭게 출시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날 서울 중구 크레스트72에서 '신형 티구안 올스페이스' 출시 행사를 열고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신형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7인승 패밀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기존에 디젤만 판매됐던 티구안이 가솔린 파워트레인이 장착돼 새로 출시된 것이다. 지난 4일부터 실시된 사전계약에선 1500대를 돌파했다. 2.0 TSI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은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30.6 kg.m의 힘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0.1km/ℓ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비롯해 가솔린 모델인 신형 제타, 골프 GTI, 신형 투아렉 등을 출시할 방침이다.
다음달엔 전기 SUV ID.4도 출시할 예정이다. 2020년 9월 유럽에 먼저 출시된 모델로 한국은 유럽을 제외한 첫 수출국이다. ID.4는 '퓨어', '프로' 등 총 8가지 트림으로 구성되며 국내에는 프로가 들어온다. ID.4 프로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5㎞(환경부 기준)다. 후륜구동에 타이어는 20인치 기준으로 인증을 받았다. 배터리 용량은 77㎾h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디젤 엔진 라인업이 많지만 가솔린과 전기차 라인업을 도입해 드라이브 트레인을 다양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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