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경찰관이 폭행 발생 정황을 파악한 뒤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한 행위는 법에 따른 응급조치로서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가정폭력범죄처벌법에 따른 응급조치를 하는 데 있어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란 점을 판시한 최초의 판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구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위와 같은 응급조치를 둔 취지,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 피해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따라서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함에 있어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B씨의 어머니는 ‘B씨로부터 남자친구인 A씨가 B씨를 죽이려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112에 신고했다.
2020년 2월7일 출동한 경찰관들이 A씨에게 B씨와 떨어져 있을 것을 요구하면서 B씨를 주거지 밖으로 이동시키려고 하자 A씨는 경찰관을 밀어 넘어뜨려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서초2파출소로 체포되어 온 A씨는 파출소에서도 난리를 피우며 경찰관의 키보드를 밟는 등 손괴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관의 분리조치가 위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조치인 피해자 분리조치를 하려면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경찰관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분리조치를 하였으므로 위법이라는 취지였다.
또 그에 대한 저항으로 이뤄진 A씨의 경찰관에 대한 폭행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1·2심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보호조치나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A씨와 B씨의 관계, 경찰이 신고받고 출동한 경위 등을 보면 경찰이 ‘A씨가 여자친구를 죽이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폭행 발생 정황을 파악한 뒤 여자친구를 A씨와 분리한 행위는 법에 따른 응급조치로 적법하고 그 절차 및 과정에 잘못된 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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