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 세계 시가총액 100대 반도체 기업 중 중국 기업이 40개를 넘어 칩(Chip)4 국가 기업을 합한 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은 3개에 불과했으며, 시가총액 순위와 수익성도 모두 하락했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평균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의 경영지표 비교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칩4에 속한 기업은 총 48개사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 중 미국은 28개사, 대만은 10개사, 일본은 10개사였고, 한국은 3개사에 그쳤다.
특히 시가총액 100대 반도체 기업 중 중국 기업은 42개사로 칩4 기업을 다 합친 48개사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기업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부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가총액 상위권의 중국 기업은 파운드리 세계 5위인 SMIC(28위), 태양광·반도체 소재 업체 TCL중환신능원(31위), IC칩 설계·개발 업체 칭광궈신(32위), 팹리스 세계 9위인 웨이얼반도체(38위)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 기업이 포함됐다.
중국 기업의 2018년 대비 2021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6.7%로 중국 외 기업(8.2%)보다 성장성이 약 3.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기업의 2021년 영업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 비율도 124.7%로 중국 외 기업(47.7%)의 2.6배를 기록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현상을 보였다.
지난 2018년 대비 올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는 모두 떨어졌다.
삼성전자(005930)는 2018년 글로벌 반도체 시가총액 1위였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대만), 팹리스 업체 엔비디아(미국)에 이어 3위로 내려갔다.
한국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2018년 16.3%에서 2021년 14.4%로 수익성이 1.9%포인트 감소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칩4 국가의 수익성은 미국 3.9%포인트, 일본 2.0%포인트, 대만 1.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한국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는 지난해 63.1%로 칩4 국가 중 최고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총 48조원을 설비 투자에 사용했고, 설비 투자 비율을 2018년보다 2021년에 3.3%포인트 늘렸다. 한국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는 지난해 8.3%로 칩4 중 4위로 가장 낮았다.
전경련은 "한국·대만처럼 반도체 생산에 강점을 가진 부문은 매년 대규모, 최신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매년 수십조원을 설비 투자에 쏟아붓고 있다"며 "R&D 투자 비율은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에서 높고 한국·대만의 메모리·파운드리처럼 생산 공정이 중요하면 낮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지난해 26.9%로 칩4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13.0%), 대만(12.1%)의 2배 수준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시가총액 순위 하락과 수익성 약화에도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매년 대규모 설비 투자와 R&D 투자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경쟁국에 비해 큰 세 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 효과가 누적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패권 장악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투자 유치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 우위를 유지하려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미국처럼 25%로 높이는 등 공세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반도체대전(SEDEX: Semiconductor Exhibition 2022)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