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국 인플레 감축법(IRA) 관련 하위규정에 대한 의견수렴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우리 측 의견서를 내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 통상·법조계에서 받은 내용을 중심으로 의견서를 제출하고 미 정부와의 협의, 다른 피해국과의 협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나 쉽사리 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2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차 IRA 대응 정부합동대책반 회의'를 열고 우리 측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한 막바지 논의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가 참석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IRA 인센티브 관련 하위규정 마련에 대해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IRA는 미국이나 동맹국의 소재·부품을 사용한 전기차와 배터리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자동차 산업과, 중국산 소재를 주로 쓰는 배터리 산업의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IRA에 대한 단기 대응책으로 일단 유예조치를 받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은 지난달 존 오소프 미국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만나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IRA 시행 시기를 3년 이상 유예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종합적인 검토를 위한 관계부처 간 논의를 통해 4일까지의 기한 내에 의견서를 낼 예정이다.
그간 정부는 자동차·배터리·소재·에너지·철강 등 업계와의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 통상 전문가·법조계 간담회 등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의견서를 준비해왔다.
여기에 미 정부와의 협의, 의회 아웃리치(대외활동)도 지속한다.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둔 만큼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 주들의 의원을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요국 공조도 꾀한다. 피해가 예상되는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면 우리나라의 입장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안덕근 본부장은 이날 "각국의 조치가 우리 기업의 투자와 무역을 제한하고 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의 면밀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의 노력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재무부가 IRA를 계획대로 시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재닛 옐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IRA) 관련 한국과 유럽의 우려에 대해 많이 들었고 우리는 이를 분명히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법이 그렇게 돼 있고 우리는 법에 쓰인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법이 발효됐고 미국이 의견을 받는 하위규정은 IRA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행정 절차를 정하는 단계인 관계로 결론 자체를 뒤바꾸긴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원목 이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의회가 이미 법 시행을 위한 범위를 정해놓은 건데 재무부가 의견을 받는다고 한들 취지 자체를 바꾸는 결정을 할 수는 없다"며 "새로운 입법을 하는 게 최선인데, 현재는 중간선거 때문에 미국 의회가 대부분 휴회해 당장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제4차 IRA 대응 정부합동대책반 회의'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산업통상자원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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