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절반 이상은 현재 여야의 강경 대치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39.5%였다. 60대 이상과 대구·경북(TK)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지역에서 윤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높았다.
4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9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8%는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민주당이 불참하며 여야 대치가 강경해진 데 대해 "비속어 사과 요구를 거부한 윤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했다. 반면 39.5%는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불참한 민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5.7%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 끝내 불참했다. 제1야당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였다. 국회 본회의장 169석이 텅텅 빈 채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해야 했고, 국회에 들어설 때에도 민주당의 피켓 침묵 시위를 마주해야 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26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 헌정사에서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온 것이 어제부로 무너졌다"며 민주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다만, 사태의 발단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미국 순방 도중 있었던 비속어 발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9월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 바이든 대통령과 문제의 '48초' 환담을 나눴다. 이후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일행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에 대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으며, 비속어 대상 또한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 거대 야당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민주당은 욕설로 국회를 모욕한 것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여야의 강경 대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책임을 더 크게 물었다. 20대 '윤 대통령 책임' 47.4% 대 '민주당 책임' 40.4%, 30대 '윤 대통령 책임' 52.7% 대 '민주당 책임' 42.7%였다. 이어 40대 '윤 대통령 책임' 71.8% 대 '민주당 책임' 25.6%, 50대 '윤 대통령 책임' 62.3% 대 '민주당 책임' 33.9%로, 압도적으로 윤 대통령의 책임을 더 크게 봤다. 반면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에서는 연령별 중 유일하게 '민주당 책임'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그마저도 '윤 대통령 책임' 44.7% 대 '민주당 책임' 49.6%로, 오차범위 내였다.
지역별로도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윤 대통령의 책임'을 1순위로 꼽았다. 서울 '윤 대통령 책임' 50.8% 대 '민주당 책임' 42.3%, 경기·인천 '윤 대통령 책임' 59.4% 대 '민주당 책임' 36.6%, 대전·충청·세종 '윤 대통령 책임' 50.3% 대 '민주당 책임' 47.3%, 강원·제주 '윤 대통령 책임' 58.0% 대 '민주당 책임' 34.8%로, '윤 대통령 책임'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으며 높게 나타났다. 광주·전라에서는 '윤 대통령 책임' 77.0% 대 '민주당 책임' 19.2%로, 압도적으로 '윤 대통령의 책임'을 지목했다. 보수진영의 강세지역인 부산·울산·경남(PK)조차 '윤 대통령 책임' 46.9% 대 '민주당 책임' 43.4%로, 오차범위 내에서 '윤 대통령의 책임'을 더 많이 꼽았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전국 광역권 중 유일하게 '민주당 책임'이라는 응답이 더 높았다. 대구·경북 '윤 대통령 책임' 40.9% 대 '민주당 책임' 51.7%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위해 지난달 25일 국회에 도착해 민주당 의원들의 시위를 지나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 '윤 대통령 책임' 57.9% 대 '민주당 책임' 34.9%로, 여야 강경 대치의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서 찾았다. 보수층 '윤 대통령 책임' 20.7% 대 '민주당 책임' 74.5%, 진보층 '윤 대통령 책임' 84.1% 대 ''민주당 책임' 10.8%로, 진영별로 여야 강경 대치 원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확연히 달랐다. 지지 정당별로도 국민의힘 지지층 '윤 대통령 책임' 4.8% 대 '민주당 책임' 90.1%, 민주당 지지층 '윤 대통령 책임' 95.3% 대 '민주당 책임' 2.4%로 입장이 갈렸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72명이며, 응답률은 4.7%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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