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부동산 정책을 손질하기에 가장 적합한 타이밍입니다. 때를 놓치면 부동산 시장 경색이 장기화할 수 있어요."
최근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현 주택 시장을 우려한 업계 전문가의 발언이다. 실제로 올 하반기 들어 우리 부동산 시장은 최근 수년간의 고공행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집값은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며 낙폭을 키우고 있고, 현장에서는 거래 절벽이 이어지며 매수세가 그야말로 자취를 감췄다.
보통 통계는 시장 상황을 다소 보수적으로 반영하고 약간의 시차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최근 주택 시장을 둘러싼 각종 지표는 현실을 가늠케 할 정도로 최악에 가까운 모습이다.
실제로 17일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은 물론 수도권, 서울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모두 역대 최대 하락폭을 경신했다. 전주 대비 전국은 -0.47%, 수도권은 -0.57%, 서울은 -0.46%를 각각 기록했다.
전세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은 -0.53%, 수도권은 -0.7%, 서울은 -0.59%로 역시 각각 역대 최대 하락세가 이어졌다.
통상적으로 아파트값은 한주 만에 0.1% 단위만 오르거나 내려도 급등이나 급락으로 간주된다. 때문에 최근 연저점 경신은 급락을 넘어 비정상적인 가격 하향 조정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올 한해 내내 경기 침체,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여파가 주택 시장에도 고스란히 전이된 탓이 크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간 급등한 가격에 따른 후유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규제지역을 추가 해제하고, 주택담보대출의 허용을 확대하는 등 점진적으로 부동산 관련 완화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경색되는 거래 시장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취지다.
다만 주택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 고금리 기조에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집값 변동의 강한 동인인 기준금리 인상이 최소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침체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 시도는 차분히 이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완화책은 더욱 그렇다.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경기가 좋을 때 규제를 완화하면 가격이 급등했지만, 지금과 같이 좋지 못할 때에는 가격 탄력도가 떨어져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거래 정상화를 위한 다양하고 정교한 정책 수립을 구상하기엔 오히려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무엇보다 총자산에서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은 추후 우리 경제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올리는 것도, 내리는 것도 아닌 궁극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정상적인 가격을 오래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김충범 건설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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