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10만원대의 보급형 '괴물폰' 갤럭시 M 시리즈를 앞세워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스마트폰 수요 침체기에 놓인 상황에서 인도 스마트폰 시장만이 유일무이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인도는 인구 14억명에 달하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국가이나 스마트폰 보급률은 60% 안팎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에서 '깨진 독에 물붓기' 보다는 잠재력이 높은 인도 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가 오는 16일 인도 시장에 갤럭시 M04를 출시한다. (사진=삼성전자 인도)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 오는 16일 역대급 가성비폰 갤럭시 M04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다. '갤럭시 M04'는 M03 후속 모델로 6.5인치 HD+ 해상도 디스플레이와 미디어텍 헬리오 P35 프로세서, 최대 8GB 램, 5000mAh 배터리 등이 특징이다. 스토리지는 최대 1TB까지 확장 가능하며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패키지 포함에서 제외하던 기본 충전기도 해당 제품에는 포함됐다.
Galaxy M04(램 4GB·저장용량 64GB)의 가격은 가격은 8499루피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5만원이 채 안되는 셈이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1300만화소(13MP)+200만화소(2MP) 듀얼 후면 카메라와 500만화소(5MP) 전면 카메라가 탑재됐다. 카메라 사양은 지난 9월 출시된 20만원대의 샤오미의 '홍미노트 11R'와 같지만 보다 저렴하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샤오미와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3분기 인도 시장에서 2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이같은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p 줄어든 수치다. 그 뒤로 삼성전자가 전년 동기 대비 2%p 늘어난 19%의 점유율로 샤오미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삼성과 샤오미는 각각 19%의 점유율을 보이며 공동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전략이 본격적인 '탈중국화'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1%에 그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열린 중국 최대 쇼핑 축제가 열리는 '광군제' 기간에도 스마트폰이 900만대 판매됐지만 삼성전자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에 달한 바 있다. 이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 등을 거치며 2019년 0%대로 추락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9월 광둥성 후이저우에 있던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제조 공장도 폐쇄했다.
인도와 중국과의 분쟁도 삼성에는 기회로 작용했다. 인도는 2020년 북부 카슈미르 접경 지역에서 중국군과의 충돌로 병사 20명이 사망하는 국경분쟁을 겪은 후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 대한 압박을 지속해왔다. 지난 9일에도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인근 타왕 지역 국경에서 양국 군인 수백명이 난투극을 벌이는 등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대인도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삼성은 중국 광군제와 달리 최근 인도 쇼핑 시즌인 디왈리 축제 기간(9~10월) 동안에는 약 17억 달러(약 2조2000억원)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갤럭시 S22, 폴더블 시리즈 등 다양한 모델의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디왈리 축제 시즌의 실적은 인도에서의 대표 수요 지표로 꼽힌다. 디왈리 기간은 인도 소비재 판매량의 35%가 발생, 1년 실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간이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분쟁도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최대 경쟁사인 애플 역시 2024년까지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 규모를 현재의 3배로 늘리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직영 매장도 100개를 추가할 예정이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인도 온라인 채널에서 삼성전자와 전통적인 강자인 샤오미, 리얼미와의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인도의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삼성전자의 인도 내 높은 오프라인 출하 비중을 고려할 때 타 업체 대비 비교 우위를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관리 강화 또한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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