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예산안 데드라인 앞두고 온종일 대치…승자 없는 대립
2022-12-14 17:12:21 2022-12-14 19:14:08
주호영(왼쪽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에서 예산안 관련 회동을 마친 후 각각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14일 온종일 대치 전선을 형성했다. '단독 수정안' 카드를 꺼낸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이날까지 최종 협상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오는 15일 데드라인을 앞두고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 수정안'과 관련해 "협상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즉각 거절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여당을 향해 "끝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따르느라 민심을 저버린 채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국민 감세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자체 수정안을 내일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부득이 수정안을 제출하더라도 윤석열정부가 작성한 639조원 예산안은 거의 그대로 인정하고 0.7%도 되지 않은 매우 일부 예산만 삭감할 것"이라며 "불요불급한 대통령실 이전 비용과 낭비성 예산은 줄이고 경찰국 등 위법 시행령 예산은 반드시 삭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협상 진통에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법인세 최고세율 감면'과 관련해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을 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단 1%포인트도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과세표준 2억~5억원 구간의 5만4000여개 중소·중견기업의 세율을 10%로 낮춤으로써 윤 대통령의 공약인 법인세 감면 이행에는 협조를 해주겠다는데도 정작 이익을 많이 내는 초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데만 혈안인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투자활성화와 경기부양을 고리로 법인세 인하를 재차 강조하며 민주당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수정 예산안을 바탕으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고 쐐기를 박은 상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법인세를 낮춰서 경제를 활성화하겠단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취지를 재차 설명했다. 이어 "오늘 아침 여러 자료가 나왔지만 우리나라가 법인세를 올리고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투자가 제일 낮게 내려가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정부가 하고자 하는 중요한 일들을 모두 삭감한 채 통과시킨다는 건 갑질이자 힘자랑"이라며 "나라 재정,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의 자체 단독 수정안이 통과되는 상황을 겨냥해 '최악의 방법'이라고도 규정하며 "민주당이 아마 저 안을 통과시키고 나면 후폭풍이나 후유증을 감당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의 안경을 통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에게 15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김 의장은 13일 정부안과 민주당의 수정안 모두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어 여야 합의안 마련을 다시 한 번 촉구한 바 있다. 만일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안 또는 수정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여야 극한 대치로 민주당의 단독수정안이 통과 시 야당 예산으로 내년도 나라 살림하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예산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예산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어렵지만 예산 부수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정부도 그 아랫구간(중소·중견기업)에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힘없는 국민, 다수 국민들에게 혜택이 가는 법을 방해할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의 수정예산안에 결국 윤석열정부에서 추진코자 했던 법인세, 금투세 등이 담기지 않았다"며 "수정안은 애초에 협상의지 없는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야가 예산안을 둘러싼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승자 없는 게임'이 재연됐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쟁에 빠진 국회가 한 해 나라살림을 걷어찼다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예산안 타결을 끝내 이끌어내지 못하면, 윤석열정부는 첫 나라살림부터 반쪽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준예산(예산안이 올해 안에 처리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예산) 사태가 벌어질 경우 제1당인 민주당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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