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집권여당 국민의힘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유승민 전 의원이 첫 손에 꼽혔다. 국민 37.5%가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봤다. 안철수 의원(10.2%)과 나경원 전 의원(9.3%)이 뒤를 이었지만 유 전 의원과의 격차는 상당했다. 특히 국민의힘 안방인 영남과 보수층에서도 유 전 의원이 선두를 달렸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나경원 전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강'을 형성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65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유승민 전 의원(37.5%), 안철수 의원(10.2%), 나경원 전 의원(9.3%),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7.3%), 한동훈 법무부 장관(6.9%), 김기현 의원(5.3%), 권성동 의원(2.5%), 황교안 전 대표(2.3%), 권영세 통일부 장관(1.1%), 조경태 의원(0.6%), 윤상현 의원(0.3%) 순으로 적합하다고 봤다. '기타 다른 후보' 3.6%, '잘 모름' 13.0%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시점은 내년 3월이 유력하다. 현재 최대 관심사는 '당원투표 비중'이다. 기존 70%(당원투표) 대 30%(일반국민 여론조사) 룰에서 당심 반영 비중을 늘일 것이 확실시된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당의 진로는 당원이 결정해야 한다")을 비롯해 권성동, 김기현, 조경태 의원 등이 당심 비중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조차 뜻이 같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100% 당원투표로 치러야 한다는 극단적 의견까지 제시됐다. 이는 결국 민심에서 앞서는 유승민 전 의원을 막겠다는 뜻으로, 윤 대통령과 친윤계 입장에서 유승민 체제는 이준석 시즌2와 같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앞서 지난해 6월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전 대표는 당원투표에선 37.4%로 나경원 전 의원(40.9%)에게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28.3%)보다 2배 이상 많은 58.8%를 획득해 승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고민거리도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반윤,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은 비윤으로 분류된다. 안 의원의 경우 대선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 기여와 공동정부의 약속이 있었다지만, 친윤계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당내 기반이 취약해 윤 대통령의 물밑 지원이 필수적이라, 차기 총선 공천권을 내주고 당권을 얻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나 전 의원 또한 친윤과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 취임식에조차 초대받지 못했다가 지난 10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장관급 자리에 앉힘으로써 전당대회 출마를 차단하려는 뜻이 강했지만, 나 전 의원은 여전히 당권 도전의 뜻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친윤계 주자들의 경우 그간 당내 갈등에 따른 윤핵관 책임론을 비롯해 인지도와 지지율 면에서 앞선 주자들에 비해 확실히 뒤떨어져 윤 대통령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먼저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유 전 의원은 모든 세대에서 우위를 보였다. 20대와 30대, 60대에서 유일하게 30%대의 지지를 받았고, 4050에서는 40%가 넘는 지지를 얻었다. 세대별 1~3위를 보면, 20대 유승민 31.0% 대 안철수 17.6% 대 나경원 7.5%, 30대 유승민 37.8% 대 한동훈 13.3% 대 나경원 8.4%, 40대 유승민 48.6% 대 안철수 8.5% 대 나경원 7.3%, 50대 유승민 42.5% 대 원희룡 9.1% 대 나경원 8.1%였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에서도 유 전 의원이 30%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 60대 이상 유승민 30.9% 대 나경원 12.7% 대 안철수 11.2%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도 모든 지역에서 유 전 의원이 선두를 달렸다. 특히 보수의 기반인 영남에서 유 전 의원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간 '배신자'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유 전 의원으로서는 대구·경북(TK)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부산 출신인 안 의원이 부산·울산·경남(PK)에서 유 전 의원에게 밀리며 2위를 기록한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다. 지역별 1~3위를 보면, 대구·경북 유승민 26.6% 대 안철수 13.0% 대 원희룡 10.3%, 부산·울산·경남 유승민 33.3% 대 안철수 17.1% 대 나경원 12.0%였다. 또 서울 유승민 37.0% 대 안철수 9.0% 대 나경원 8.8%, 경기·인천 유승민 38.0% 대 원희룡 9.1% 대 나경원 9.0%로, 수도권에서도 유 전 의원의 강세는 이어졌다. 이외 대전·충청·세종 유승민 37.2% 대 안철수 10.1% 대 나경원 9.4%, 강원·제주 유승민 31.9% 대 나경원 10.2% 대 황교안 8.3%였다. 유 전 의원은 호남에서는 타 후보들을 압도하는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광주·전라 유승민 56.9% 대 안철수 7.8% 대 나경원 6.4%였다.
지난 9월29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특강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에서 유 전 의원이 4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중도층 유승민 40.5% 대 안철수 9.6% 대 나경원 8.6%였다. 진보층은 유승민 54.8% 대 안철수 8.5% 대 나경원 5.2%로, 유 전 의원에게 절반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민주당 지지층 역시 유승민 60.0% 대 안철수 4.6% 대 나경원 4.4%로, 진보층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보수층에서도 비록 오차범위 내지만 유 전 의원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보수층 유승민 16.8% 대 원희룡 15.7% 대 나경원 14.1%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나경원 18.0% 대 한동훈 16.0% 대 원희룡 14.2%로, 나 전 의원이 1위로 올라섰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유 전 의원 지지율은 8.7%에 그쳐, 한계를 드러냈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51명이며, 응답률은 2.9%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또는 서치통 홈페이지(www.searchtong.com/Home)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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