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2023년에는 묵은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 합병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 8조3000억원 규모의 배당 등을 요구하며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하지만 올해 지배구조 개편에 포석이 마련됐다. 우선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생산 계열사 2곳 출범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물밑에서 본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자회사를 포함해 총 5개 생산 자회사를 거느리며, 연구·개발(R&D)과 애프터서비스(AS) 사업에 집중하는 모기업 형태를 갖추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정의선 회장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핵심이다. 지난 계열사 출범으로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가 한결 쉬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크게 3개의 순환출자로 이뤄져있다. 현대차→
기아(000270)→현대모비스→현대차와 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다. 현재 정 회장은 기아(17.28%)와 현대제철(5.79%), 현대글로비스(0.6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순환출자의 핵심고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정 회장이 현대차 지분을 늘려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보다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대모비스는 궁극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배치될 것"이라며 "따라서 수익성이 낮은 제조 부문은 자회사로 돌리는 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최상위 지배회사로 포지셔닝 될 현대모비스의 미래에 더 최적화된 그림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상승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가 높아질수록 '실탄'이 장착되기 때문에 개편 작업은 수월해진다. 정 회장이 직접 이규복 신임대표를 현대글로비스 대표로 낙점한대도 이러한 이유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만큼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를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확보할 수 있는 중고차 물량과 팔 수 있는 물량의 격차가 큰 관계로 상당 규모의 물량이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에게 경매로 넘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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