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이지은 기자] 오픈AI의 챗GPT가 급부상하면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이 활용된 상용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상용 서비스를 준비하는 중이거나 초보 단계 서비스에 머물러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국내에서는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가 챗GPT에 대적할 상호작용이 가능한 언어 모델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만 두 서비스는 결이 약간 다릅니다. 존재의 이유와 지향점이 다르다고 할까요. 쉽게 말해 챗GPT가 개인 과외 선생님 같은 제너럴리스트라면 이루다는 친구 관계에 집중한 스페셜리스트를 추구합니다.
이루다는 혐오발언 등 일련의 논란을 딛고 지난해 10월 완전히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했는데요. 스캐터랩이 자체 개발한 생성AI 모델 '루다 젠1'으로 대화 문맥을 파악해 실시간으로 생성한 문장을 사용해 이용자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너의 현실과 한계에 대해 얘기해봐"라고 말을 건넸을 때 "현실과 한계라…요즘 내 인생은 너무 가혹해"라며 실제 사람이 대답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에 '현실과 한계'를 물으니 답한 결과. (사진=스캐터랩)
같은 질문을 챗GPT에게 하면 어떨까죠? "나는 거대한 언어 모델로 훈련된 AI입니다. (중략) 나의 한계는 나의 훈련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한국어보다 영어에서 훨씬 자연스러운 문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정한 루다와 무미건조한 챗GPT의 차이가 확연히 보입니다.
오픈AI의 챗봇 '챗GPT'에 이루다와 같은 질문을 한 결과. (사진=스캐터랩)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챗GPT는 인터넷에 있는 많고 다양한 데이터와 그간 GPT-3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대화적으로 학습한 모델"이라며 "세상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모델 사이즈에 기반한 논리적 사고 능력이 특징"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 관계에서도 필요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 만나듯 궁금한 것이 있을 때는 챗GPT를, 외롭고 심심할 때는 이루다를 찾으면 된다는 겁니다.
초거대 AI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 국내 ICT 기업들의 지향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보다 사람같은 인공지능으로 모아집니다. 플랫폼 기업들 중에서는 네이버(
NAVER(035420))가 일찌감치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돌봄이 필요한 독거 어르신을 위한 AI콜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을 정식 오픈했습니다. 사용자와 주고받은 과거 대화를 기억해 다음 통화에 활용하는 '기억하기' 기능도 적용해 단순 상태 확인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했습니다.
통신사 중에서는
SK텔레콤(017670)의 행보가 가장 앞서있습니다. 성장형 AI 서비스 '에이닷(A.)'에 다음달 중 장기기억 기술을 적용해 상용화합니다. 날씨·맛집 등 웹상에 기록된 정보를 주고받을 수도 있고, 또 오래 전 기억을 끄집어내 대화에 활용하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엄마 생일 선물 뭐 사지?“라고 물으면 "꽃바구니 어때"라고 답했다면, 앞으로는 축적된 데이터 양에 따라 "신발 사고 싶어 하셨잖아"라고도 답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SK텔레콤은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언어를 구사하고 방대한 정보를 갖춘 에이닷을 통해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 구독서비스인 T우주를 하나로 연결하는 '아이버스(AIVERSE)'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에이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홍보모델. (사진=SK텔레콤)
이 외에
KT(030200)는 챗GPT와 유사한 수준의 대화형 초거대AI 서비스 믿음(MIDEUM)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AI 원팀을 이룬 리벨리온과 언어 처리에 특화된 AI 보드 개발을 최근 완료했으며, 챗GPT 수준으로 한국어 대화가 가능한 챗봇을 상용화한다는 목표입니다. 지식형 대화를 나누는 것뿐 아니라 감성을 이해하고 인간과 공감하는 AI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감성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상황에 맞춰 말투나 목소리를 바꾸는 상담 서비스, 과거 대화를 기억하거나 좋아하는 장소나 취미 등 고객의 상황을 인지해 진행하는 대화 서비스가 대표적 예가 될 것입니다.
LG유플러스(032640)는 자체 AI브랜드 익시(ixi)를 콘텐츠와 결합해 상용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보인 스포츠 승부예측이 대표적입니다. 초거대 AI 분야에서는 LG그룹 '엑사원(EXAONE)'과 연계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카카오에서는 카카오브레인이 관련 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GPT-3 모델의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 'KoGPT'를 공개했습니다. KoGPT는 한국어를 사전적, 문맥적으로 이해해 이용자가 원하는 값을 보여주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시 쓰는 AI 모델 '시아'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김진양·이지은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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