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러시아가 다음달 1일부터 원유 감산에 돌입하겠다고 하면서 국내 정유4사가 표정관리에 나섰습니다. 러시아의 원유 감산은 석유제품 공급 감소로 이어져 정유사들에게는 호재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횡재세 도입 등의 논란에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 서방이 자국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것에 대응해 다음 달부터 일간 50만배럴씩 석유 생산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가격상한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러시아산 원유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산 원유의 80%, 석유제품의 75%를 우방 국가에게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러시아의 1월 원유 생산량은 일간 985만배럴로 우크라이나 침공인 지난해 2월보다 123만배럴 가량 줄어든 상태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5% 정도 줄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원유를 감산하면 공급이 줄어들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합니다. 때문에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사들은 마진을 남깁니다. 러시아가 다음달부터 원유를 감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정유사들 역시 기대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지난 2020년 4월8일 미 텍사스주 칸스 시티 인근의 석유 시추 장비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유업 호황 전망에 웃어야 할 국내 정유4사가 표정관리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횡재세 때문입니다. 횡재세는 기업이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초과분을 보통소득세 외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말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석유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게 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횡재세 도입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국내에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조176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년 6조9949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정유업계는 성과급을 크게 지급했습니다.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각각 월 기본급의 1000%, 기본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줬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불황인 시점에서 정유사만 최대 실적을 기록해 성과급을 너무 많이 지급한다는 이유로 횡재세 논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재차 불거지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야당의 횡재세 도입 주장에 반대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은 "횡재세 얘기가 나오는 유럽 정유사의 경우 유전을 개발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수입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국내 기업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특정 기업이 특정 시기에 추가 이익을 냈다고 해서 횡재세를 징수하자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러시아의 원유 감산이 원유 공급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를 둘러싸고 맞붙은 미국의 원유 재고와 전략비축유 방출 규모가 러시아의 감산 규모보다 커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 에너지부는 2015년 예산법과 육상운송정비법(FAST) 의무 조항에 따라 4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3개월에 걸쳐 26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할 계획입니다.
중구의 한 자영주유소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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