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해 월동에 들어가기 전 꿀벌 최대 100억마리가 사라지는 피해가 발생해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양봉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한국양봉협회와 전국 양봉 농가 관계자들은 9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의 궐기대회를 진행했습니다.
궐기대회에 나선 양봉 농가들은 "지금 전국의 5만 양봉 농가는 2020년, 2021년 2년 연속 예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벌꿀 대흉작에 이어 최근의 봉군 소멸 피해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상기후 변화에 따른 연이은 흉작, 꿀벌의 면역력 저하에 따른 질병 발생 만연, 무분별한 농약 살포,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등에 의한 피해로 추정되고 있어 이는 농가의 노력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몇 년 전 낭충봉아부패병 만연으로 우리의 토종벌이 소멸 위기에 닥쳤을 때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듯이 지금의 봉군 소멸 현상에 대해 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꿀벌 집단 폐사에 대한 보상금 지급과 꿀벌 입식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꿀벌 집단 폐사를 자연재해로 인정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꿀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양봉직불금을 도입하고 벌꿀의무자조금을 조속히 시행할 것도 주문했습니다.
양봉농가 생존권 사수 대정부 투쟁위원회가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꿀벌 집단 폐사 관련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윤화현 양봉협회장은 "현재의 꿀벌 집단 폐사 현상에 대해 농가 관리 부실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현 농식품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30~40년씩 양봉을 전업으로 하는 농가가 응애 방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월동에 들어가기 전인 9월부터 11월까지 약 40~50만 봉군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봉군 1개에 꿀벌 약 2만마리가 들어있는 것을 고려하면 대략 80~100억마리에 달합니다.
정부는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피해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농가들이 방제 적기인 7월 방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응애가 이미 확산한 후 방제제를 과다하게 사용해 꿀벌의 면역력을 낮춘 것도 피해 원인으로 봤습니다.
이번 피해에 대해 정부는 4월 말까지 분봉을 진행해 피해 농가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도 농축산경영자금 최대 1000만원(이율 2.5%)을 지원해 봉군과 기자재 구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9~11월 월동 전에 발생한 꿀벌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방제제에 내성이 생긴 응애에 의한 것으로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지방자치단체, 학계 전문가가 참여해 조사·분석해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후 변화가 양봉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관계 부처와 함께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양봉농가 생존권 사수 대정부 투쟁위원회가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꿀벌 집단 폐사 관련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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