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김유진 기자] 물가 불안을 이유로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했지만 하반기 물가 압박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입니다. 물가인상 요인의 자극점이 에너지 비용인 만큼 외식, 가공식품 등 서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과 함께 체감 물가 관리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일 정부에 따르면 통계청은 오는 4일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작년 4월 이후 10개월 만에 물가가 4%대로 진입하면서 정부의 현 물가인식은 ‘안정적’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하면서 9개월 동안 이어진 5%대 고물가 흐름이 다소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요인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체감 물가가 높은데다, 국제 에너지의 가격 변동성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입니다. 지난 2월 전기·가스·수도요금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28.4% 상승했습니다. 이는 전기·가스·수도를 같은 카테고리에 포함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입니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잡고 있어도 외식, 가공식품 등 서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의 물가가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는 등 체감 물가 관리는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물가 불안을 이유로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했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인상폭과 시점의 문제일뿐 인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에너지 요금 인상 시점을 늦춘다해도 시장에선 추후 인상을 방어하기 위해 오히려 제품 가격을 올릴 기회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월 가공식품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0.4% 상승했습니다. 이는 2009년 4월 11.1% 오른 이래 최대 상승 폭입니다. 빵(17.7%), 커피(15.6%), 스낵과자(14.2%) 등 일부 품목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외식 물가도 전년 동월보다 7.5% 올랐습니다.
2일 정부에 따르면 통계청은 오는 4일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모습. (사진=뉴시스)
올해 두바이유 기준 국제 원유 가격은 연평균 배럴당 85.46달러로 전년 96.32보다 다소 안정세이나 올해 2분기 이후 소폭 상승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OPEC+ 감산과 EU의 러시아 석유 금수 시행으로 하반기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서 유가 강세가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측은 1분기 배럴당 83.02달러에서 2분기 82.59달러로 안정되지만 3분기 86.52달러, 4분기 89.73달러로 상승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 사우디의 행보로 인한 '미·중·사우디' 기류 영향도 예측 불허인 상황입니다. 중국 원유 수입 증가와 러시아 생산량 감소로 2분기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업체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의 가격 변동성 리스크가 있고 국내 에너지 요금 인상 여부도 시기의 문제일 뿐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시그널을 내포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서서히 올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언급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시기를 늦추면 물가 상승이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에 궤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공공요금 동결로 물가를 잡기 어렵다. 점진적으로는 요금 정상화와 금리 인상이 고통을 단기화하는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심해 전기나 가스요금을 올리게 되면 원료 가격이 오른다. 최종 소비자물가는 더 많이 오르게 되는 것"이라며 "뇌관을 가만히 둔다고 상책은 아니다. 올릴 타이밍을 잘 재봐야 할 것 같다"고 제언했습니다.
2일 정부에 따르면 통계청은 오는 4일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김유진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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