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주혜린·김유진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 가운데 정부의 추가적인 대미 협상력에 또 한번 이목이 쏠릴 전망입니다. 정부는 반도체 보조금 수령 조건, 신청 과정의 제출정보 범위,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등의 불확실성과 관련해 우리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원자재법, 탄소중립산업법과 관련해서도 EU 집행위원회·이사회 등에 한국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 전략을 펼친다는 입장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국의 IRA, 반도체법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했습니다. IRA는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재정을 긴축한다는 게 주요 골자로 미국이나 동맹국의 소재·부품을 사용한 전기차와 배터리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한국 자동차·배터리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미국의 세부규칙 발표를 주목했습니다.
정부는 미국 측과의 추가 논의를 통해 배터리 업계 피해는 최소화했지만 리스용 외 전기차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는 조항은 바꾸지 못했습니다. 배터리 업계 또한 당장은 공급망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부담은 여전합니다.
미 정부가 2025년부터 핵심광물을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배터리사들의 중국 의존도는 60% 이상이어 2025년 전까지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국의 IRA, 반도체법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표는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세부규정안.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악은 피했다고 평가받는 미국 반도체법도 우리 기업들에게 불확실성의 연속입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1일 발표된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에 따르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보조금을 받으면 이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습니다. 기술 개발을 통한 생산량 확대는 가능하지만 양적인 증대는 제한한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반도체 첨단 장비 수입 규제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통해 중국 반도체 공장들의 장비 수입을 막았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년 유예를 받아 올해 10월까지 수입을 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장비 조달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추 부총리도 이날 "반도체 보조금 수령 조건이나 신청 과정에서의 제출 정보 범위,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등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EU)도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규제하면서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도 더욱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오는 10월부터 시범 시행하는 이 제도는 유럽 내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해 생산한 제품에 대해 관세를 더 많이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외교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부분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근본적으로 우리의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이 수출에 영향을 받지 않게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반도체 부품·소재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국의 IRA, 반도체법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사진은 부산항.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주혜린·김유진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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