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북 완주군 소양면 원등산 아래에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9900㎡ 규모의 농장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입구에는 농장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고 오른편에는 동물농장과 숲길이 보입니다.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꽃밭과 온실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드림뜰 힐링팜'입니다. '힐링팜'은 운영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21년 치유농업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최우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주요 대상은 장애인, 학교 아동, 치매안심센터 어르신 등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9일 '힐링팜'을 방문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가장 먼저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했습니다. 스트레스 지수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또는 온실에 마련된 노트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측정 결과는 56으로 정상, 초기, 진행, 만성 등 4단계 중 초기와 진행 사이였습니다. 구체적인 해석을 보니 45 이상 60 이하는 '일시적인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쌓이며 스트레스 내성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시기'란 설명이 나왔습니다. 60을 넘는 만성 단계 전에 체험하는 적절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9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드림뜰 힐링팜'을 방문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힐링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날의 주요 활동은 꽃바구니 만들기였습니다. 강사의 인솔에 따라 가위와 바구니를 들고 온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온실 밖에 마련된 밭뿐만 아니라 주변에 무성하게 자란 꽃과 잎도 가위로 잘라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농장 측에서 장갑을 줬지만, 손에 닿는 촉감을 느끼기 위해 맨손으로 작업했습니다.
계속해서 꽃과 잎을 따던 중 동물농장을 지나 숲길을 올라갔습니다. 어느 정도 오르막을 걸으니 매트가 깔린 작은 공간이 나왔습니다. 그 매트에 잠시 앉아 명상했습니다. 강사가 말하는 대로 바람과 냇물의 소리를 듣고 풀 냄새를 맡았습니다.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바구니를 꽃과 잎으로 채운 후 다시 온실로 들어와 본격적으로 꽃바구니를 만들었습니다. 처음 해본 꽃꽂이라 꽃집만큼의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꽃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으로 그래도 봐줄 만한 꽃바구니가 완성됐습니다.
꽃바구니를 만든 후 다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지수는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꽃바구니 만들기를 포함해 허브 족욕, 동물과 친해지기, 미술 치료 등 이 농장에서는 8회 과정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주간보호센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과 후의 변화를 살펴보니 스트레스 지수가 11.17%, 우울감이 17.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맞춤 돌봄을 받는 어르신들도 스트레스 지수가 9.5%, 우울감이 16.3%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날 체험 후 비록 눈에 확 들어오는 변화는 없었지만, 자연 속에서 느꼈던 편안함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스트레스 관리가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9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드림뜰 힐링팜'을 방문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사진은 '힐링팜'에 조성된 꽃밭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과 유지, 증진을 위해 다양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사회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스트레스나 생활 습관성 질환 등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돕기 위한 대안으로 시작된 산업입니다.
농진청은 지난 2020년 치유농업법 제정을 통해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작해 오는 2026년까지 '제1차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까지 일반 성인과 어르신, 아동, 청소년은 물론 수형자, 소아암·성인암·말기암 환자, 학교폭력 가해 학생, 경도인지장애 치매안심센터 이용자, 발달장애인, 소방관, 민원 담당 공무원, 영양교사, 사회복지사 등을 대상자로 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 총 34종을 개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의 사회 서비스 4종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농장 10개소를 육성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치유농업 시설은 총 353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누적 참여자는 8만4000명에 달합니다.
올해에도 성인 우울 등 일반 대상 6종, 발달장애인 손 기능 향상 등 특수 목적 3종 등 총 9종의 수요자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과학적 효과를 검증할 계획입니다. 이를 토대로 교육부, 복지부 등과 함께 10개소에서 수요자 맞춤형 치유농장 대표 모델을 육성하는 시범 사업도 진행합니다.
조재호 농진청 청장은 "국민들이 거주하는 지역 어디에서나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농촌진흥청의 목표"라며 "복지 제도와의 연계를 확대해 치유농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9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드림뜰 힐링팜'을 방문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사진은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숲길에 오르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완주=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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